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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1921~1968 )
우리는 무슨 적이든 적을 갖고 있다

적에는 가벼운 적도 무거운 적도 없다

지금의 적이 제일 무거운 것 같고 무서울 것 같지만

이 적이 없으면 또 다른 적 ― 내일

내일의 적은 오늘의 적보다 약할지 몰라도

오늘의 적도 내일의 적처럼 생각하면 되고

오늘의 적도 내일의 적처럼 생각하면 되고



오늘의 적으로 내일의 적을 쫓으면 되고

내일의 적으로 오늘의 적을 쫓을 수도 있다

이래서 우리들은 태평으로 지낸다



김영남 시인
김수영 시인은 현장의 언어를 시 속에 과감하게 도입하여 나약한 전통 서정시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데 기여한 한국의 대표적 시인이다. 이로 인해 참여시인 논란도 있었지만 이는 본질과 거리가 있다.

인용시는 ‘적’이라는 단어 하나에 투신해 기존의 관념을 지우고 어떻게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개성 일단이 드러난 시로 얼마만큼 언어와 시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그가 시를 썼는지 그의 시론 일부를 소개한다.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겸손한 태도가 시 쓰는 사람을 전율케 한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시. 행동을 위한 밑받침. 행동까지의 상승. 7할의 고민과 3할의 시의 총화가 행동이다.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 그때는 3할의 비약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질 때인 동시에 회의의 구름이 가시고 태양처럼 해답이 나오고 행동이 나온다. 시는 미지의 정확성이며 후퇴 없는 영광이다” “우리는 아직도 문학 이전에 있다”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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