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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편견 여전… 뇌전증 오해와 진실

입력 : 2016-08-07 20:40:35 수정 : 2016-08-07 20: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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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60% 약물치료만으로 완치 가능
뇌전증만큼 오해가 많은 질병이 또 있을까. ‘간질’이라는 이름이 사회적 편견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이름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이 병에 대한 오해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원인을 두고 운전자의 뇌전증 병력이 유력하게 꼽혔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전증은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물론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지속적인 치료를 따랐을 경우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0.7%로 국내에서는 30만명 정도가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매년 약 2만5000명의 새로운 뇌전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뇌전증은 소아기(0~9세)와 노년기(60세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뇌전증은 수천억 개의 뇌 신경세포 중 일부가 갑작스러운 이상 흥분을 일으키고, 이런 증상이 반복되는 질병이다. 구조적인 뇌병변뿐 아니라, 대사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또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크게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MRI나 CT와 같은 뇌영상에서 간질의 원인이 되는 병소가 발견되는 증후성, 간질의 원인이 되는 병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의 뇌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은닉성뇌전증 등으로 나뉜다. 

뇌전증의 진단 첫 단계는 자세한 병력청취다. 발작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고, 경련이나 발작은 얼마나 지속됐고, 의식의 유무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 다른 질환을 앓은 적이 있었는지, 따로 복용하는 약물이 있는지, 두부 외상 병력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후 신경학적검사, 뇌파검사(EEG), 신경영상검사와 실험실검사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뇌전증 환자의 50∼60% 이상은 약물치료로 발작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20∼30%의 환자들도 항뇌전증 약제 복용으로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이 약제는 흥분성 신경세포를 억제하거나 반대로 억제성 신경전달을 강화시키는 등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첫 발작 이후 재발할 가능성은 절반 정도로 발작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약물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는 뇌파에서 뚜렷한 발작의 조짐이 보이거나, 뇌전증 발작의 가족력이 있을 때 등이다. 약물치료를 진행한 지 2∼3년이 지났고, 이 기간 내에 발작이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일부 환자는 약물 중단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10∼20%의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적극적인 약물치료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다. 이런 환자들은 수술치료나 전기자극술, 식이요법 등 다양한 치료방법을 통해 뇌전증 발작 조절이 가능하다.

일부 여성 뇌전증 환자는 월경 기간에 체내 뇌전증 약의 농도가 감소해 뇌전증 발작 빈도가 늘어나기도 한다. 또 월경 이상, 다낭성 난소 증후군, 무월경, 불임 등의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여성 뇌전증 환자의 대부분은 뇌전증이 자녀에게 유전될 가능성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뇌전증이 유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뇌전증 환자 대다수는 정상 임신, 출산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 산모보다 태아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임신 기간 중 엽산과 비타민K 보충, 출산 후 수유와 신생아 관리에 대한 문제를 전문의와 미리 상의해야 한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성 뇌전증도 증가하고 있다. 뇌종양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신경계 퇴행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당뇨병, 심장병 등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물로 인한 발작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발작증상이 있더라도 목격자가 없고, 본인 역시 증상에 대한 기억이 없어 뇌전증 확진이 어렵다. 헛소리나, 일시적으로 멍한 증상, 건망증, 손발 떨림 등 치매 등 다른 질병과 유사해 뇌전증 이외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간과할 수 있다.

주건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고령 환자는 젊은이에 비해 재발 위험이 높아 첫 발작 이후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신장과 간 기능이 떨어져 약의 부작용이 쉽게 나타날 수 있어 전문의의 처방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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