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거리 쓰레기통을 설치할지, 철거할지 그 '효용론'과 '무용론'을 놓고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인식이 다르다. 심지어 시민단체나 연구자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최소한 장소에 적절하게 설치하고 나서 불법 투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길거리 쓰레기통 '효용론' vs '무용론' 팽팽
7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31개 시군이 관리하는 쓰레기통은 모두 2625개다.
가장 많이 설치된 지자체는 광주시 409개이고, 양주시는 6개뿐이다. 남양주·화성·파주·구리·하남·동두천·과천시와 가평·연천군 등 9개 시군은 단 1개도 없다.

비슷한 시세인 부천시는 10개뿐이지만, 고양시는 335개나 있다. 도시 규모나 지역 특성과 상관없이 나름의 행정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길거리 분리수거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자체에서 수요조사를 받아 필요한 곳에 재활용과 일반쓰레기로 2개 배출구를 구분한 쓰레기통을 설치해주고 있다. 이 사업으로 지난해 6개 시군에 300개를 설치했고, 올해 5개 시군에 100개를 추가 설치하고 있다.
◆각 자치구마다 길거리 쓰레기통 정책 달라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시·부산시 등도 자치구마다 길거리 쓰레기통 정책이 다르다.
서초구는 2012년 모두 없앤 반면, 강남구에는 972개나 설치되어 있다. 강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상반된 광경을 연출한 셈이다.

부산에서도 북구는 하나도 없고 서구·동구·해운대구·사하구 등도 20개 미만이다. 반면 주말이면 취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광안리 수변공원을 낀 수영구는 '작은 휴지통'을 2014년 45개에서 올해 165개로 늘렸다.
쓰레기통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을 기점으로 길거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테이크아웃(Take Out) 문화가 확산되면서 공공영역에서나마 최소한의 수준에서 분리수거를 유도하려는 지자체가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서울시는 하루 30t의 쓰레기 나오는 명동에 지난 2월 무단투기를 막고자 휴지통을 늘렸다. 쓰레기통을 모두 없앴던 서초구도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의 95%가 커피나 음료 등 재활용품이었다며 최근 강남대로에 커피컵 모양의 재활용 분리수거함 10개를 설치했다.
◆쓰레기 투기, '풍선 효과' 논란…정답은 없나?
쓰레기 투기에도 ‘풍선 효과’ 논란이 있다. 한쪽에서는 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습관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무단 투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제3의 해법'으로 묘안을 짜내는 지자체도 있다. 안양시는 지난 1월 중심가와 역 주변 3곳에 동물 울음소리가 나는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 투입구 소리를 다르게 해 인식을 바꿔보려는 의도다.

다만 이른바 '스마트 쓰레기통'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부산시 수영구가 2013년 전국 처음으로 설치한 '말하는 쓰레기통'은 효과 반감, 관리상 어려움 등으로 3년 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자신의 쓰레기는 본인 스스로가 버리는 게 맞지만, 이는 시민의식 수준이 일정 단계에 올라갔을 때 가능하다면서 그때까지는 현실성을 인정하는 최소 수준에서 설치해놓고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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