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대 피지 대표팀 사령탑 맡아
신 감독 “당시엔 날 이방인 취급”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 13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다 2004년 말 은퇴한 신태용(46) 리우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은 K리그보다 역사가 짧고 수준이 떨어지는 호주로 건너갔다. 국내에서 마땅히 지도자로 불러주는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호주 프로축구 A리그 브리즈번 로어에서 지도자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신 감독은 2009년 친정팀 성남의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2년여 동안 호주에 체류했다.
리우 올림픽 축구에서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는 신 감독은 조별리그 C조 1차전 상대인 피지의 상대 정보를 분석하다 깜짝 놀랐다. 브리즈번에서 코치를 맡을 당시 6개월간 감독으로 모시던 프랭크 파리나가 피지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음에도 반갑다는 생각이 선뜻 들지 않았다. 파리나 감독은 자존심이 강한 신 감독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았다. 브리즈번에서 파리나에 앞서 지휘봉을 잡았던 마이런 블라이버그 감독은 신 코치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공격 부문 전권을 넘겼지만 2006년말 부임한 파니라는 그렇지 않았다.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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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왼쪽)과 피지 대표팀 프랭크 파리나 감독이 4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축구 본선 C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각각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우바도르=연합뉴스 |
한때 모셨던 상관과 싸워야 할 신 감독은 “팀을 이끄는 감독이 되고 나니 10년 전 파리나 감독의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호주 국가대표 출신으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호주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파리나 감독도 신 감독에 대해 “경력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신사적이고 훌륭했다”면서 “당시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는데 호텔에서 만나 놀랐다”고 설명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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