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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속 여성은 약하지 않다(feat. 연상호)

입력 : 2016-08-02 08:34:36 수정 : 2016-08-04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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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의 흥행질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극 중 여성 캐릭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털어놨다.

‘부산행’은 ‘달리는 KTX 열차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면?’이란 궁금증에서 출발한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로, 개봉 13일 만에 관객 9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스펙터클한 장면,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상황 속 펼쳐지는 새로운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 등이 더운 여름 관객들의 구미를 제대로 당겼다. 여기에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이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 역시 적중했다는 평가다.

‘부산행’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다양하지만 다소 전형적인 느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영화에는 여느 재난물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 캐릭터에 있어 다소 수동적이거나 소위 ‘민폐’ 캐릭터처럼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

연 감독은 그런 주장에 대해 일견 수긍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여성=민폐 캐릭터’란 공식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관객들은 이 영화엔 ‘퓨리오사’(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여전사) 같은 캐릭터는 왜 안 나오느냐고 묻더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저는 ‘부산행’ 속 여성 캐릭터들이 결코 수동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유미씨가 연기한 ‘성경’은 임신부이긴 하지만 어린아이(수안)을 지켜주고 인간과 좀비의 싸움에 끼어드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안소희가 연기한 '진희' 역시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구하고 '영국'(최우식)을 끝까지 기다리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두 할머니 자매(인길과 종길) 캐릭터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그에 따르면 이 두 할머니는 일종의 ‘정치적 성격’을 띄고 있는데, 이들의 자발적 죽음은 이데올로기 중심의 세계관을 가지고 살았던 윗세대들의 퇴장 혹은 종말을 뜻한다.

연 감독은 “‘부산행’에 시대에 관한 우화를 담고 싶었다”면서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의 종말, 그리고 주인공 석우(공유)나 용석(김의성)을 통해서는 남성 중심, 물질 중심 사회의 자멸을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 감독은 과거의 작업(돼지의 왕, 사이비)들과 이번 작업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래픽 대신 사람이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첫 실사영화인 데다, 예산이 커지다 보니 감독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측면이 훨씬 컸다. ‘부산행’처럼 B급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을 어떻게 대중적으로 풀어낼지가 큰 숙제였다”면서 “전작들과는 다른 톤 앤 매너를 갖되,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고 공감할 만한 메시지들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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