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김모(65·여)씨은 남편 박모(70)씨의 상습적인 폭력을 견디다 못해 보호시설을 찾았다. 박씨는 술만 마시면 김씨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폭언을 퍼부었다. 김씨는 "자녀 모두 결혼을 한 뒤 분가해 다른 곳에 살고 있는데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선뜻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노인학대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노인학대 가해자는 3건 중 1건이 아들이었다. 배우자·딸·며느리 등을 포함할 경우 가족이 노인학대의 70% 가량을 차지했다.
◆노인학대 가해자의 70%는 '가족'
2일 보건복지부의 '2015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1905건으로 전년보다 12.6% 증가했다.
이 중 사법기관 등에 의해 노인학대로 판정받은 건수는 3818건으로 전년(3532건)보다 8.1% 늘었다.
학대 사례 중 △의료인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가족폭력 관련 상담소 종사자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사회복지관 종사자 △재가·장기요양기관 종사자 △119 구급대원 △건강가정지원센터 종사자 등 노인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해 발견된 것은 전체의 18.5%(707건)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전체의 37.9%(2330건)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적 학대(25.9%) △방임(14.9%) 순이었다.
◆노인이 가해자, 노-노 학대 전년보다 12.8% ↑
전체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36.1%(1523명)의 사례에서 가해자는 아들이었다. △배우자(15.4%) △딸(10.7%) △며느리(4.3%) 등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가 69.6%에 달했다.
노인이 가해자인 노-노 학대 사례는 전체의 41.6%인 1762건으로 전년보다 12.8% 증가했다. 60세 이상 부부간 학대 건수는 △2013년 530건 △2014년 571건 △지난해 635건 등으로 2년새 19.8% 늘었다.
노인의 평균 수명이 늘고 배우자와의 삶의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고령 부부간 학대나 고령 자녀에 의한 학대 사례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학대는 노인이 혼자 사는 경우 많이 발생했으며, 가구 형태별로 학대 사례를 살펴보면 전체의 34.5%(1318건)가 노인 단독가구에서 발생했다.
◆독거노인들이 학대 가장 많이 당해
자신을 돌보지 않거나 돌봄을 거부하는 '자기 방임' 역시 노인학대에 해당한다. 자기 방임 사례는 622건으로 전년보다 34.3%나 늘었다.
노인학대의 발생 장소로는 가정인 경우가 85.8%인 3276건이었고 양로·요양시설 등 생활시설은 전체의 5.4%(206건)로 비중이 작은 편이었지만 전년 190건에 비해 늘었다.
학대행위의 발생 원인으로는 폭력적 성격, 정서적 욕구 불만 등 개인의 내적 문제가 33.8%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혼·실직 등 개인의 외적 문제(19.3%) △자녀의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11.1%) 등도 중요한 발생 원인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복지부는 오는 12월 30일 개정 노인복지법의 시행과 함께 노인학대 예방과 학대피해 노인 보호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개정 노인복지법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자의 노인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노인학대 상습범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의 학대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고의무자 직군을 8개에서 14개로 확대, 신고 불이행 때 과태료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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