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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앞둔 소녀의 마지막 춤사위…'더 좋은 곳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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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5 10:45:13 수정 : 2016-07-25 12: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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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앞둔 미국의 10대 소녀가 그동안 인생을 축하하는 춤사위를 펼쳐 주변인들을 눈물짓게 했다. 척수성 근위축증 앓는 소녀는 내달 안락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데일리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애플턴에 사는 제리카 보렌(14)은 생후 8개월 때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척수운동 신경세포 이상으로 근육이 점점 약해져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질환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전성 척수성 근위축증 제2형’이다. 신생아기에는 수유와 호흡을 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생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휠체어를 타는 경우가 많다. 생존 기한만 따지면 제리카는 그 정도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제리카가 커가면서 휠체어에 의지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수술대에도 약 30회나 올랐다. 하지만 차도는 없었다. 고통의 정도를 숫자로 따지면 10점 중 7점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제리카의 인생에서 희망이 조금씩 없어졌다.

어느날 제리카는 고통으로 얼룩진 치료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가 아닌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남은 시간이라도 자기를 위해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제리카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근육이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는 다음달 느지막이 산소호흡기를 떼고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애플턴의 작은 공연장에서 제리카를 위한 무도회가 펼쳐졌다. 이날만큼은 제리카는 그동안의 초췌했던 모습을 던져버렸다. 보라색 머리와 각종 화장품으로 얼굴을 치장하고 무도회장에 들어섰다. 비록 휠체어에 앉았지만 제리카의 얼굴은 밝았다. 친구들도 제리카를 둘러싼 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리카의 한 친구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무도회가 열리는 동안 제리카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울음을 꾹 참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밤 제리카가 보고 느낀 모든 것이 그의 인생에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바랐다.

한편 제리카는 죽음 앞에 무덤덤했다.

제리카는 “안락사를 결정했을 때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며 “많이 울었지만 동시에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리카의 엄마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딸의 눈을 보았다”며 “거기에는 빛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뉴욕데일리뉴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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