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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천상륙작전’ 배우들의 연기투혼 빛났지만…

입력 : 2016-07-24 10:00:00 수정 : 2016-07-24 15: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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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비극을 향해 치닫는 여정과도 같다. 전쟁은 그 자체만으로 비극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여정 속에서 어떤 인간성(휴머니티)을 발견하고, 현재와의 교집합을 이뤄나가느냐가 전쟁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바꾼 중요한 작전 뒤에 숨겨진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그린 영화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됐고, 할리우드 노장 리암 니슨의 출연만으로도 큰 기대와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전쟁 3부작’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걸고 2010년 ‘포화 속으로’에 이어 ‘인천상륙작전’을 선보인다. 내년 개봉 예정으로 ‘서울수복’이라는 시퀄까지 기획한 상태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은 엄청난 물량과 인적자원을 쏟아 부었음에도 완성도 면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2016년에 나온 ‘반공영화’에 지나지 않은 평면적이고 고루한 주제의식에 짧은 시간 조악하게 만들어낸 것 같은 허점이 곳곳에 눈에 띈다. 배우들의 열연이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다.

여름용 블록버스터라고 해서 웅장한 전투신이나 스펙터클을 기대하고 극장에 간다면 실망할 공산도 크다. 

앞서 예고된 바와 같이 ‘인천상륙작전’은 실화를 바탕으로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의 인천상륙을 성공시키기 위해 비밀리에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수행했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전쟁영화라기보다는 첩보물에 가까운 스토리가 초반 관객들의 호기심을 잡아끈다.



인천사령부에 잠입해 엑스레이 작전을 이끄는 해군 첩보부대 수장 역의 장학수(이정재)를 중심으로 켈로부대의 알려지지 않았던 활약상을 그리는 의도까진 좋았다. 그러나 장학수가 이끄는 시퀀스와 맥아더가 이끄는 시퀀스가 너무나도 동 떨어진 나머지 관객들의 이해도는 급격히 줄어든다. 

한 마디로 두 세계의 연결고리가 지나치게 약하다. 일례로 장학수가 첩보부대에 들어가기 전 맥아더와 마주하는 플래시백 장면이 단 몇 분 등장하는데 두 사람의 긴밀한 심리적 교류를 보여주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주연배우인 이정재와 리암 니슨이 실제 만나 찍은 유일한 신이다. 관객들은 할리우드 배우라서 바빠서 그랬다는 핑계를 과연 들어줄까.

리암 니슨이 분한 맥아더 장군은 스토리 전달보다는 주제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는지 몰라도 명언을 내뱉기에 급급하다. 스토리와 별 연관성이 없는 명언의 나열은 관객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가슴 속 애국심이 불타올라야할 장면에서는 급기야 실소가 터져 나온다. 애국심은 의미심장한 음악을 깔거나 명언을 나열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는 건 아닐 게다. 영웅 역시 입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의 앵그리니슨, 그만의 중후한 목소리로 내뱉어지는 대사들은 주옥같기만 하다. 그의 명(?)대사들은 거침없는 퍼붓는 무거운 이야기 한 가운데서 마치 ‘쉼표’ 같은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크린을 주시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왜 지금 저 분이 저런 말을 하고 있지?' 관객들은 하염없는 사색에 빠져든다.

가족, 희생, 가치들을 전달하는 방식들은 너무도 전형적이어서 오히려 공감을 떨어뜨린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 때깔 좋은 장면들도 여럿이지만, 마치 클리셰 폭탄이 떨어지듯 초토화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자니 2시간이 너무 길어서 한숨마저 나온다. 12세관람가. 111분. 7월27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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