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례들은 최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에 소개됐던 내용이다. 일본의 저연금 수급자들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의 노후 사회안전망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등이 대상인 국민연금은 지급액이 적고, 회사원이 ‘현역’으로 일할 때 수입에 따라 적립한 돈을 바탕으로 지급액이 결정되는 후생연금도 저연금에 대한 불안이 널리 퍼져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4년도 말 기준 후생연금이 월 5만엔 미만인 사람이 약 4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약 5만3000명이었던 10년 전과 비교해 8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이 월 5만엔 미만인 사람은 2014년도 말 기준 약 955만명이었다. 저출산 고령화로 향후 공적연금 지급액도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더불어 소비세율 인상과 동시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공적연금 수급 자격기간을 25년에서 10년으로 단축(약 300억엔), 저소득자의 개호(간병)보험료 경감(약 1200억엔) 등 사회보장 확충 대책의 추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헌 일정 등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공표한 추산치를 보면 후생연금에 가입하는 ‘샐러리맨’과 ‘전업주부’ 부부 세대의 경우 현재 70세 부부는 현역 시절 1000만엔을 납부하고, 총액 5200만엔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수급액이 납부액의 5.2배에 달한다. 이에 비해 현재 50세 세대는 1900만엔을 납부하고 2.8배인 5300만엔의 연급을 받고, 현재 20세 세대는 3400만엔을 납부하고 2.3배인 7900만엔의 연금을 각각 받게 된다.
국민연금(기초연금)에 가입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현재 70세인 사람은 납부한 보험료의 3.8배를 수급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현재 40세 이하 세대는 그 배율이 1.5배로 떨어진다.
일본의 사회보장 예산도 고령자에 쏠려 있다. 2013년의 경우 약 110조엔 가운데 연금과 7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 개호서비스 등 주로 고령자를 위한 곳에 약 76조엔이 쓰였다. 전체의 약 70%에 달한다. 이에 비해 주로 젊은 세대를 위한 자녀 양육과 관련해서는 5%에 그쳤다.
일본은 보육 시설의 수용 용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보육소에 입소 신청을 해도 들어가지 못하는 전국의 대기아동은 지난해 4월 기준 2만3617명이었다. 전년 대비 약 1800명 늘어난 것으로 5년 만의 증가였다. 이와 함께 육아 휴가 중이거나 국가 기준을 만족하는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잠재적 대기아동도 약 6만명으로 추산됐다.
일본 정부는 보육 시설 확충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양육 지원 신제도’를 도입했다. 몇 명 안 되는 어린이도 맡을 수 있는 ‘소규모 보육’을 새롭게 제도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내년도까지 새롭게 50만명 분의 보육 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도 말까지 대기아동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보육시설 확충은 보육사 확보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 50만명 분의 수용 규모를 확보하려면 새롭게 보육사 9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보육사의 평균 급여는 월 22만엔으로 전체 산업 평균보다 11만엔 낮다. 좀처럼 채용이 어렵다. 현장에서는 “시설 수만 늘릴 게 아니라 보육의 질도 향상하지 않으면 보호자의 불안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육 시설 부족 문제는 저출산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 내각부가 “아이를 더 갖고 싶다”는 20∼49세 남녀에게 실제로 아이를 낳고 싶은지 조사했을 때 “더 낳지 않겠다 또는 더 낳을 수 없다”는 응답이 약 45%에 달했다. 일본의 합계특수출생률(여성 1인이 평생 낳는 아이 수 평균)은 2015년 기준 1.46으로 2년 만에 상승했다. 그러나 정부가 목표하는 1.8과는 아직 격차가 크다. 이대로라면 50년 후에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는 이루기 어렵다.
‘자녀 양육은 엄마에게 맡긴다’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4년 민간 기업의 남성이 육아휴가를 쓴 비율은 2.3%에 불과해 여성(86.6%)과 차이가 컸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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