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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고 소믈리에가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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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8 22:33:08 수정 : 2016-07-09 00: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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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펙사 15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양윤주(하프 패스트 텐) 소믈리에 우승

무대에 오른 그녀는 이미 눈물이 글썽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소믈리에 한다고 많이 걱정하던 엄마 얘기를 꺼내던 그녀는 결국 울음보를 터뜨린다. 앳돼 보이는 소믈리에 양윤주(28· 하프 패스트 텐). 그가 올해의 소믈리에 대회 주인공이다.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MAAF)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 주관한 제15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7일 강남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양윤주는 소믈리에는 이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소펙사 주관 15회 한국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양윤주(하프 패스 텐)
매년 대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소믈리에가 되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까다롭고 난이도가 높아졌다. 지난해는 4단계였는데 올해는 5단계를 통과해야 했다. 결선 무대인 만큼 어느 것 하나 만만한게 없는 고난이도의 테스트가 이어졌다.

소펙사 한국소믈리에대회 결선에 오른 소믈리에들. 왼쪽부터 정대영,우혜윤,안혜성,양윤주,김희수, 정미현, 이형택 소믈리에
첫번째 관문은 와인을 판매하기 위해 손님에게 와인을 설명하는 단계다. 소믈리에 앞에는 와인이 한 병 놓여있다. 이를 테이스팅 한 뒤 고객들이 소믈리에의 설명을 듣고 이 와인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와인은 까브 드 땅 에르미타쥐(Cave de Tain Hermitage) 2009다. 와인을 두루 섭렵하고 그 와인의 역사적 배경까지 알고 있지 않다면 결코 설명이 불가능하다. 

에르미따쥐는 ‘은둔의 기사’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 북부론 최고의 와인이다. 십자군 원정이 한창이던 1235년 기사 가스파르 드 스테랑베르(Gaspard de Sterimberg)는 전쟁에서 부상한 몸을 이끌고 안식처를 찾아 나선 끝에 프랑스 북부 론에 은둔하게 된다. 그는 언덕 꼭대기에 작은 교회(Chapelle)를 짓고 살상을 참회하며 정성으로 포도밭을 일궜다. 포도 품종은 십자군 원정길에서 획득한 시라(Syrah)다. 그가 일군 포도밭은 북부 론 최고의 와인을 빚는 산지가 되는데 ‘에르미타주(Hermitage)’라고 부르게 된다. 바로 ‘은자의 처소’라는 뜻이다. 이런 설명을 곁들인다면 손님을 와인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두번째 관문은 난이도가 매우 높다. 블라인드로 두개의 와인을 비교 테이스팅을 통한 와인을 분석하는 단계다. 더구나 4분동안의 짧은 시간에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 역시 오랜 테이스팅을 통해 후각과 미각이 발달하지 않은 소믈리에라면 절대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 심지어 블라인드 테이스팅로 제시된 와인은 빈티지만 다른 같은 와인이다. 바로 샤토 사랑소 뒤프레(Chateau Saransot-Dupre) 2010과 2015빈티지다.리스트락 메독의 크뤼 브루주아급 와인이다. 서로 다른 와인도 비교해서 설명하기 어려운데 같은 와인의 다른 빈티지라니! 소믈리에로서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다.

세번째 단계는 손님이 주문한 와인을 요청에 맞게 서비스하고, 손님의 요구 사항에 대응하는 과정이다. 손님 역할을 한 심사위원중 외국인에게는 외국어로, 한국인에게는 한국어로 대답해야 한다. 와인은 라피드 레정드 메독( Lafite Legende Medoc) 2013이다. 침전물 없는 영한 레드 와인을 어떻게 서브할 것인지, 소믈리에가 해당 와인을 디캔팅·브리딩·보틀 서비스 중에 어떤 서비스를 고를지, 그리고 왜 그러한 서비스를 했는지에 대해 소믈리에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하는지를 보는 단계다.

네번째 단계는 크레망 와인 부베 라뒤베 사피르 소뮈르 브륏(bouvet ladubay sapphire saumur brut) 2012를 서빙하는 테스트다. 호스트는 김용희 한국 소믈리에 협회장이다. 서빙 중간에 방송인 이다도시가 삼계탕과 잘 매칭되는 프랑스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돌발 질문을 해 소믈리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부베 라뒤베는 1851년 설립된 프랑스에서 가장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 중 하나다. 샴페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토착 품종인 슈냉 블랑(Chenin Blanc)과 소량의 샤르도네(Chardonnay)를 블렌딩한 와인이다.

마지막 관문은 박준우 셰프가 레스토랑을 오픈하는데 오프닝 기간에만 단기간에 차별화를 위해서 소고기 스테이크와 쏘떼른 와인을 한번 매칭해보려고 한다며 소믈리에의 의견과 조언을 묻는다. 소믈리에가 우선 레스토랑 오픈을 축하하는지, 손님의 질문에 얼마나 응대를 잘 하는지, 그리고 유니크한, 독특한 매칭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하는지를 테스트했다. 소믈리에의 종합적인 역량을 요구하는 시간이다.

결선을 마친 뒤 인사하는 소믈리에들
결선에 오른 소믈리에는 모두 7명이다. 정미현(호텔 리츠칼튼 하나조노·2위), 김희수(뚜르뒤뱅·3위), 안혜성(더 플라자 투스카니·4위), 우혜윤(CJ CGV 씨네드쉐프 압구정·5위), 이형택(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클락16), 정대영(라꽁띠) 소믈리에다. 

눈에 띄는 것은 상위 입상자 5인이 모두 여성 소믈리에라는 점이다. 1∼5위를 모두 여성 소믈리에가 차지한 것은 대회 20년 역사상 올해가 처음이다. 여성 소믈리에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올해가 3번째다. 사실 결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1차 예선에 모두 190명이 참가했으면서 4개월 동은  두차례의 예선을 거쳐 점수가 높은 7명이 결선에 올랐다.

최종 우승의 영광을 안은 양윤주 소믈리에는 와인에 입문한지 7년차로 올해로 6회째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했으며, 지난 13회 대회에서는 5위에 올랐다. 양윤주 소믈리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면서도 “엄마가 와인에 돈 못쓰게 해서 시음회 열심히 찾아다녔다. 어린 여자애인데도 시음회한다고 일일이 불러준 수입사 관계자들께 감사한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소펙사가 아니었다면 와인일 그만두고 무슨일을 하고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소펙사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와인에 입문하던 시절부터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을 목표로 와인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다. 지난 13회 대회에서 5위에 입상한 이후 우승을 목표로 2년간 대회 준비에 매진했는데, 이번 결선에서는 실제 손님을 응대하는 것처럼 최대한 떨지 않고 시험에 임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1∼5위 입상자들은 오는 9월말 예정된 발레뒤론, 메독, 쌩떼밀리옹 등 프랑스 주요 와인 생산지역의 와이너리 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또 1위 수상자에게는 빈텍 와인 셀러와 리델 디캔터및 와인잔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또 이번 대회 1,2위 수상자는 아시아 9개국의 최고 소믈리에들이 참여하는 제2회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한국 소믈리에들의 위상을 드높이고 뛰어난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회를 주관한 소펙사 코리아 정석영 소장은 “올해는 특히 섬세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보여준 여성 소믈리에의 활약이 돋보였다. 앞으로도 대회 개최를 통해 뛰어난 실력의 소믈리에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 국내 와인 문화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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