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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예진 “여성이 주체인 이야기 정말 많지 않아요”

입력 : 2016-07-09 09:30:00 수정 : 2016-07-10 1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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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에서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신뢰도를 높여온 배우 손예진(34)이 비슷한 시기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와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등 두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작은 얼굴에 웃으면 반달이 되는 선한 눈, 보호본능을 절로 자극하는 가녀린 몸으로 2001년 배우에 입문한 이후 16년간이나 정상의 위치에서 대중과 호흡해왔다. 과거나 지금이나 자기관리에 철저한 배우로 정평이 난 그녀이기도 하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기에 몇 마디 단어로 그녀의 캐리어를 설명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 영화 ‘클래식’ 속 양 갈래 땋은 머리 소녀, 청순미인의 상징이었던 그녀가 이제는 실종된 고등학생 딸을 찾아 집착과 광기에 가까운 모성을 보여주는 엄마로 분했다. ‘비밀은 없다’는 손예진으로 시작해 손예진으로 끝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뷰에서 손예진은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화로 나올지 단순한 호기심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그가 연기한 '연홍'은 딸이 실종된 후 정치인인 남편과 경찰 어느 쪽도 믿지 못하고 스스로 딸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는 용기 있는 캐릭터다. 딸의 이메일, 성적표, 사물함 등을 뒤지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딸의 진짜 모습에 다가가게 되는 엄마의 심리적 변화, 그 의식의 흐름을 세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모성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에요. 사실 엄마와 딸 사이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완벽히 알고 있지는 않잖아요. 연홍이는 자기 딸을 사랑하지만 딸에게서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 봐온 것 같아요. ‘우리 딸은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릴 뿐이지 불량한 딸은 아니야’라고 말하죠. 그런 면들이 새로우면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극 중 연홍의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하자”라는 대사는 개봉 후 그녀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일종의 ‘신경 쇠약 직전의 여자’ 같은 모습인데 이를 연기한 배우의 입장에서도 쉬운 장면은 아니었을 터다.

“딸 민진(신지훈)이 실종되는 과정부터 감정을 증폭시켜 갔죠. 실종 다음날, 며칠 후 이런 식으로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표현 수위를 높여갔어요. 그러다 점차 이성을 잃게 되고 사건에 집착하다가도 또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된 양 냉정해져요. 제가 표현해야 할 캐릭터의 감정의 폭이 굉장히 컸는데 그래서 어려웠고 그래서 또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사실 손예진은 국내에서 영화 포스터에 단독이나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남성 캐릭터 위주의 현 충무로 시스템 아래서 이름 석 자 만으로도 티켓파워를 가진 여성 배우란 뜻이다. 드라마, 멜로, 스릴러, 무협, 액션 등 많은 장르를 거치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은 늘 존재해왔다.



“여성이 주체가 돼서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시나리오가 정말 많지 않아요. 국내 개봉작이나 흥행작 트렌드만 봐도 알 수 있는 지점이죠. 이는 사실 꽤 오래 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여성 주연의 영화가 흥행이 잘 되고 또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야 계속해서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단지 시나리오가 없다, 문제다 불만을 표출하기 이전에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영화들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행할 수 있다는 걸 배우 입장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봐요.”

손예진은 배우로서 흥행에 대한 걱정은 늘 있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선에서 끝낸다고 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 뿐 관객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그 누구도 개봉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손예진은 오는 8월 ‘덕혜옹주’로 또 한 번 관객들 표심 잡기에 나선다. 흥행 못지않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연기를 해오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모든 스태프들이 다 같이 숨 죽여 제 호흡만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신인 때는 제가 부족한 부분, 감추고 싶은 부분을 보여주는 게 죽을 만큼 싫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을 자연스레 보여줘도 괜찮을 정도로 편해진 것 같아요. 감독님, 스태프와 다 같이 호흡하고 울고. 그 순간만큼은 모두 가족인 셈이에요. 예전에는 그런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몰랐고 단지 제 연기가 안 돼서 속상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저를 바라봐주고 찾아주시는 점이나 어느 순간 선배가 된 데 대해 고마움을 알게 됐어요. 촬영장에 있는 순간순간이 행복하죠.”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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