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가장 관심을 끈 추경 규모는 10조원으로 절충됐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경기부양을 꾀하는 수준의 금액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적자성 국채 발행 없이 지난해 세금을 거둬들여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과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로 실탄을 마련키로 했다. 추경 규모로 따지면 역대 네 번째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8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후 2013년 17조3000억원,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11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결국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0조원 이상 추경이 편성된 셈이다.
부실 추경안 편성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내심 7월 중으로 국회동의를 받아 늦어도 8월 초엔 집행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재부 예산실을 중심으로 추경안을 편성하는 실무작업이 최소 한 달가량 걸린다고 주장해 왔던 만큼 밤샘작업을 하더라도 시일을 맞추기에는 벅차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선심성 예산 끼워넣기 작업을 시도하면 추경안은 누더기로 변질될 수도 있다.
정부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추경규모만 불쑥 발표해 야당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이는 향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용처를 놓고 신경전이 불가피한 야당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추경 효과 극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고 있어 쉽사리 응할 분위기가 아니다.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요청하며 압박할 채비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 9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게장관회의 연석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정부의 3%대 성장률 전망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1%에서 2.8%로 내렸다. 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정책효과로 버티던 내수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하반기 구조조정과 김영란법 시행 등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정부 예측대로라면 작년(2.6%)에 이어 2%대 성장률에 머물러 저성장 고착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셈이다.
그나마 이 예상치(2.8%)는 추경 등 20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에 따른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브렉시트의 부정적 효과가 반영되면 성장률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금융 경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란법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유 부총리는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특정 업종, 예를 들어 한우농가 등에 영향이 집중되기 때문에 이를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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