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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청사를 뚫은 ‘공시생’ 송모(26)씨가 2016년 3월 27일 오전 범행을 저지르고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출입구를 통과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송씨는 2008년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수 끝에 2010년 제주대에 입학했다. 그는 제주대에 다니면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다시 응시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없음이 명약관화했다.
이에 송씨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수능은 과목별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인터넷에 모범답안이 게시된다. 또 시력이 나쁜 수험생은 시험 시간이 연장된다. 송씨는 앞을 잘 못 보는 것처럼 꾸며 시험 시간 연장의 혜택을 받은 다음 연장된 시험 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서 몰래 인터넷에 게시된 모범답안을 베끼기로 마음을 먹었다.
송씨는 2011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J대학병원에서 시력 측정을 하며 일부러 시력이 나쁜 것처럼 연기해 담당 의사로부터 ‘양안 약시’라고 기재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해당 의사는 나중에 조사에서 “정말 눈이 나쁜 줄 알았으며 연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이 진단서를 수능 주최 측에 제출해 ‘특별관리대상자(저시력자)’ 판정을 받았다. 이를 통해 다른 일반 수험생보다 과목별 시험 시간이 1.5배 연장되는 혜택을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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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모씨의 범행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보는 듯한 느낌”이란 반응을 내놨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당연히 송씨의 성적은 원래 실력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하지만 본인이 지망한 명문대에 합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고배를 마신 송씨는 이듬해 2012학년도 수능에서도 똑같은 수법을 썼다. 다만 전년도에 J대학병원에서 발급받은 ‘양안 근시’ 진단서를 위조해 마치 그해에 발급받은 것처럼 속여 수능 주최 측에 제출했을 뿐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춰 범행에 임했건만 이번에도 결과는 ‘낙방’이었다. 송씨의 꿈이 크고 원대한 반면 실력은 턱없이 모자라고 부족했던 탓이다. 결국 송씨는 제주대에 그냥 다니면서 모두가 선호하는 공무원이 되는 쪽으로 인생의 목표를 변경했다. 그는 국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 학생 위주로 뽑는 ‘국가직 지역인재 7급공무원’ 채용에 눈독을 들였다.
국가직 지역인재 7급공무원 추천 대상으로 선발되려면 ‘학과 성적 상위 10% 이내’라는 요건부터 충족시켜야 했다. 그리고 학점을 잘 받으려면 무단결석이 없어야 했다. 송씨는 2015년 3월 학교 기숙사에서 ‘제5요추의 척추분리증, 경추부 추간판 장애 등으로 인해 컴퓨터 단층촬영을 한 결과 통증이 발견돼 신경차단술을 시행했다’는 취지의 가짜 진단서를 직접 만들어 담당교수에게 제출함으로써 무단결석에 따른 학점상 불이익을 피했다. 이 가짜 진단서는 무려 6차례나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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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간부는 송모씨에 대해 “발군의 실력을 갖고 있어 검찰 수사관으로 특채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경찰이 송씨를 송치한 이후 이같은 혐의를 새롭게 밝혀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미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송씨를 추가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추가로 적용된 죄목은 사문서 위조, 사문서 변조, 위조 사문서 행사, 변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6가지다. 검찰 관계자는 “26살밖에 안 됐는데 재주가 뛰어난 듯하다”며 “침입과 위조에 발군의 실력을 갖고 있어 검찰 수사관으로 특채를 해도 되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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