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총장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 전 총장은 파기환송심 재판 개시와 동시에 보석 등으로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옛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장남이 주주로 있는 회사를 통해 7억7000만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받아 챙긴 혐의로 2015년 3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정 전 총장에게 단순 수뢰 혐의를 적용했고 1·2심 모두 이를 인정했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후원금을 받은 주체는 (정 전 총장 장남이 주주인) 요트회사라고 봐야 하므로 정 전 총장이 직접 후원금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며 “정 전 총장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우리 형법이 단순 수뢰죄와 제3자 뇌물제공죄를 엄격히 구별한 만큼 제3자 뇌물제공죄를 적용했다면 몰라도 단순 수뢰죄로 정 전 총장의 행위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는 ‘애초에 검찰이 단순 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제공죄로 기소했어야 했다’는 질책으로도 풀이돼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방산비리 합수단이 배임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역시 방산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공군참모차장 출신 예비역 중장 천모씨도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등 방산비리 연루 전·현직 장성들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의 ‘방산비리 근절’ 지시에 따라 무리하게 수사 대상을 선정해 밀어붙이다 보니 부실·편파 수사가 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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