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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립환경과학원의 ‘기후변화 부문별 취약성 지도’(2012년)에 따르면 폭염에 의한 건강 취약성은 16개 시·도 중 대구와 광주(0.63), 제주(0.61) 순으로 높았고 강원(0.19)과 인천(0.31)이 낮았다. 취약성은 기후노출, 민감도, 적응능력으로 나뉘는데 기후노출은 실제 기후나 경보 발령 일수 등을 반영하고 민감도는 노약자 수, 독거노인이나 기초수급자 비율, 심혈관·호흡기질환 사망자 수를 반영한다. 또 적응능력은 지역 내 총생산, 재정자립도, 건강보험 가입자 비율, 인구당 보건소·응급의료기관 수 등을 각각 가중치를 매겨 상대값으로 계산했다.
대구와 광주의 건강 취약성이 높은 이유는 지리적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 지역은 일 최고 기온이나 체감온도, 불쾌지수가 강원도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13세 이하 인구 및 65세 이상 인구 비율도 강원도에 비해 대구와 광주가 높았다. 열사병과 일사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 심혈관 질환 사망자 수 역시 강원보다 많았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전염병,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 질환, 식중독 증가 등이 유발된다. 2도가 오르면 뎅기열, 전염병 등이 늘고 3∼6도가 올라가면 기온에 민감한 각종 만성질환자의 발생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오존농도 상승에 의한 건강 취약성은 부산(0.52)이 가장 높았고 인천과 전남(0.51), 경남(0.45) 등이 그 뒤를 이었고 강원(0.10)과 울산(0.20)은 상대적으로 덜 취약했다. 부산은 오존 주의보 발령 일수나 일 최고기온 등이 강원보다 높았고 심혈관질환·호흡기 사망자도 더 많았다. 전국적으로 오존농도 상승은 2020년쯤 최고조에 달했다가 2050년부터는 다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추정치이지만 오존층 파괴의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더 나쁜 시나리오가 연출될 수도 있다.
홍수에 의한 건강 취약성은 전남(0.44), 제주와 부산(0.36), 전북(0.33), 경남(0.32) 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0.15)와 서울(0.08)은 양호했다. 2050∼2100년의 취약성을 추정한 결과는 전국적으로 취약성이 증가했다. 특히 강원 지역의 건강 취약성 증가가 뚜렷했다. 홍수에 의한 건강 취약성의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전남과 서울을 비교하면 전남은 기후노출과 민감도가 높았고 서울은 기후변화 적응능력이 높게 나타났다.
민감도에서도 전남은 독거노인비율과 기초생활자 비율이 서울보다 높아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발생 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서울은 높은 인구밀도와 집단급식단체 수가 많은 점 등으로 수인성 질환 발생 시 더 큰 피해가 예상됐다.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인구를 늘리거나 인구당 보건소 인력 강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2020∼2100년 미래 상황을 예측한 결과 강원 지역에서 전염병 취약성이 커졌으며 기존의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전북과 경북도 취약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수인성 매개질환 취약성은 부산(0.42), 경남(0.35), 제주(0.31) 등 순으로 높았다. 강원(0.11), 인천과 충북(0.14), 서울과 충남(0.15) 등은 낮게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지구의 온난화로 모기와 곤충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늘어나고 여름에 집중된 수인성 질병 발생도 다른 계절에 증가 추세가 나타난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영향이 계속 커지는 만큼 보건의료분야의 대응 정책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로 건강위험 요인이 차이를 보이는 만큼 정책 수립 시 취약성 차이에 따른 우선순위와 정책 목표집단 설정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헌 한국환경보건학회장(공주대 교수)은 “특정 인구집단이 차별적 환경 위험부담을 지는 환경 불평등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공개와 참여 원칙 수립이 필요하다”며 “환경보건 문제는 사전예방이 중요한 만큼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취약한 계층의 우선보호를 위해 이들에 대한 건강영향 평가시스템 마련 등 특별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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