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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에서 프랑스 라팔 전투기가 보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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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9 11:26:34 수정 : 2016-06-19 13: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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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에 프랑스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느낌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해외 방산업체 관계자의 평가다.

1949년 창군 이래 미 공군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는 우리 공군과 항공우주산업 기반을 미국에 두고 있는 국내 실정에서 이같은 평가는 지난해까지는 쉽게 나오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KF-X 상상도
하지만 최근 KF-X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시제와 전투기의 ‘두뇌’인 미션컴퓨터가 장착된 대화면시현기(LAD) 제작을 한화탈레스가 맡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프랑스를 방문해 방산기술 공동개발에 합의하면서 “KF-X 개발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는 과거에도 제3국의 무기개발을 암암리에 지원한 전례가 있어 프랑스 기술이 KF-X 개발에 적용될 경우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 결정에 따른 리스크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KF-X로 연결되는 한-프랑스 방위산업

15일 프랑스를 방문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한국전참전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16일 오후 프랑스 국방부 구청사에서 진행된 양국 국방장관회담에서 방산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며 마케팅까지 하는 방안을 증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방산·군수협력 양해각서(MOU) 개정안을 이달 안에 체결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MOU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권한을 우리나라 국방부 차관에서 방위사업청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양국간 MOU는 방위사업청 개청 전인 1992년에 체결돼 우리측 이행권자를 국방부 차관으로 명시했다.

무기획득 분야 책임을 진 방사청장으로 이행 주체가 변경되면 양국간 실질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되고 협력 수준과 내용도 훨씬 구체화할 전망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AESA 레이더 시제품. ADD 제공
특히 방위사업청이 무기 획득과 조달의 책임을 지고 있어 KF-X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 등 핵심기술 협력 문제 등도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양국간 방산기술 공동협력이 필요한 분야는 KF-X 외에는 없다. 방위사업청이 개청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프랑스와의 MOU 개정을 추진한 시점이 KF-X 개발 착수 시점과 맞물리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우리 정부는 차기전투기(F-X)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국에 AESA 레이더 기술이전을 요청해왔지만 미국은 난색을 표시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하에 한화탈레스가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DD는 AESA 레이더 시제품 제작 업체 선정을 위해 지난 2월 입찰공고를 냈고, 기술능력과 비용에 대한 평가를 통해 4월 한화탈레스를 우선 협상 대상업체로 선정했다. 

ADD가 개발한 함정용 적외선탐색 추적장비(IRST). ADD는 이를 소형화해 전투기 탑재용으로 만들 계획이다. ADD 제공
◆ 외형은 미국, 시스템은 프랑스인 KF-X 등장?


우리 측이 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 만큼 프랑스 역시 자국 방위산업 유지를 위해 제3국과의 협력 등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국내 방위산업을 유지하기에는 자국군 수요가 부족해 오래전부터 방산수출에 적극적이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방산업체는 세계적인 국방비 감축으로 완제품 판매가 어려워지자 기술 판매나 공동개발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해외 방산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수요 감소로 경영난에 직면한 유럽 업체들이 예전에는 꺼리던 기술 수출이나 공동개발 형태의 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유럽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A330MRTT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면서 유럽 업체들의 완제품, 기술 판매나 공동개발 제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프랑스 방산업체인 탈레스와 엔진 제조업체 스넥마 등의 역할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탈레스는 프랑스의 주요 방산업체로 항공전자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라팔 전투기 프로젝트에 센서, 레이더, 전자전 시스템, 데이터링크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KF-X AESA 레이더와 대화면시현기 제작을 맡은 한화탈레스와 합작하고 있다. 스넥마는 라팔 전투기에 M88 엔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KF-X 엔진 기술협력업체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CFM 인터내셔널’이라는 항공기 엔진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가 개발한 라팔 전투기
방산업계 관계자는 “KF-X 전투기 핵심인 레이더와 엔진, 미션컴퓨터 개발과 체계통합에 프랑스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탈레스와 스넥마는 라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프랑스 기술이 포함된 레이더와 미국제 엔진을 체계통합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의 참여 폭이 넓어지면 KF-X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국산 무기는 ‘품질은 좋으나 기존에 운영중인 무기와의 체계통합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국산화 비율이 높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인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업체 장비나 기술을 포함한다면 체계통합이 용이해 수출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스텔스 기능을 포함한 미국 스타일의 외형에 프랑스 시스템을 탑재한 ‘스텔스 라팔’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프랑스가 KF-X 관련 기술을 이전한다 해도 이를 공표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프랑스는 이스라엘에서 크피르, 미라지 5 등 자국산 전투기를 복제하다시피 한 전투기를 만들 때 암암리에 이를 지원했다”며 “기술을 사거나 이전받은 나라에서 프랑스 기술을 ‘독자 개발 품목’이라고 선전해도 적절한 대가만 지불되면 침묵했던 전례가 있어 KF-X에 프랑스 시스템이 탑재돼도 이를 눈치채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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