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창군 이래 미 공군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는 우리 공군과 항공우주산업 기반을 미국에 두고 있는 국내 실정에서 이같은 평가는 지난해까지는 쉽게 나오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KF-X 상상도 |
프랑스는 과거에도 제3국의 무기개발을 암암리에 지원한 전례가 있어 프랑스 기술이 KF-X 개발에 적용될 경우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 결정에 따른 리스크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KF-X로 연결되는 한-프랑스 방위산업
15일 프랑스를 방문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한국전참전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양국은 이를 위해 방산·군수협력 양해각서(MOU) 개정안을 이달 안에 체결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MOU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권한을 우리나라 국방부 차관에서 방위사업청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양국간 MOU는 방위사업청 개청 전인 1992년에 체결돼 우리측 이행권자를 국방부 차관으로 명시했다.
무기획득 분야 책임을 진 방사청장으로 이행 주체가 변경되면 양국간 실질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되고 협력 수준과 내용도 훨씬 구체화할 전망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AESA 레이더 시제품. ADD 제공 |
우리 정부는 차기전투기(F-X)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국에 AESA 레이더 기술이전을 요청해왔지만 미국은 난색을 표시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하에 한화탈레스가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DD는 AESA 레이더 시제품 제작 업체 선정을 위해 지난 2월 입찰공고를 냈고, 기술능력과 비용에 대한 평가를 통해 4월 한화탈레스를 우선 협상 대상업체로 선정했다.
ADD가 개발한 함정용 적외선탐색 추적장비(IRST). ADD는 이를 소형화해 전투기 탑재용으로 만들 계획이다. ADD 제공 |
우리 측이 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 만큼 프랑스 역시 자국 방위산업 유지를 위해 제3국과의 협력 등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국내 방위산업을 유지하기에는 자국군 수요가 부족해 오래전부터 방산수출에 적극적이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방산업체는 세계적인 국방비 감축으로 완제품 판매가 어려워지자 기술 판매나 공동개발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해외 방산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수요 감소로 경영난에 직면한 유럽 업체들이 예전에는 꺼리던 기술 수출이나 공동개발 형태의 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유럽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A330MRTT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면서 유럽 업체들의 완제품, 기술 판매나 공동개발 제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프랑스 방산업체인 탈레스와 엔진 제조업체 스넥마 등의 역할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탈레스는 프랑스의 주요 방산업체로 항공전자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라팔 전투기 프로젝트에 센서, 레이더, 전자전 시스템, 데이터링크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KF-X AESA 레이더와 대화면시현기 제작을 맡은 한화탈레스와 합작하고 있다. 스넥마는 라팔 전투기에 M88 엔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KF-X 엔진 기술협력업체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CFM 인터내셔널’이라는 항공기 엔진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가 개발한 라팔 전투기 |
프랑스의 참여 폭이 넓어지면 KF-X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국산 무기는 ‘품질은 좋으나 기존에 운영중인 무기와의 체계통합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국산화 비율이 높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인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업체 장비나 기술을 포함한다면 체계통합이 용이해 수출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스텔스 기능을 포함한 미국 스타일의 외형에 프랑스 시스템을 탑재한 ‘스텔스 라팔’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프랑스가 KF-X 관련 기술을 이전한다 해도 이를 공표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프랑스는 이스라엘에서 크피르, 미라지 5 등 자국산 전투기를 복제하다시피 한 전투기를 만들 때 암암리에 이를 지원했다”며 “기술을 사거나 이전받은 나라에서 프랑스 기술을 ‘독자 개발 품목’이라고 선전해도 적절한 대가만 지불되면 침묵했던 전례가 있어 KF-X에 프랑스 시스템이 탑재돼도 이를 눈치채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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