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NC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16일 잠실야구장. 양상문 LG 감독은 “그동안 윤지웅, 진해수 등 좌투수들이 많이 던졌다. 이제는 봉중근이 중간에서 1이닝 이상을 막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봉중근의 활용 계획을 전했다. 양 감독의 말대로 봉중근은 7회초 2사 1,2루에서 선발 투수 류제국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팬들의 환호를 등에 업고 등판한 봉중근은 위기 상황에서 노련한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종욱을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8회초 NC의 중심타선을 맞아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1사 뒤 나성범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그는 에릭 테임즈마저 제구력 난조로 스트레이트 볼넷 출루시켰다. 결국 봉중근은 세 번째 투수 신승현에게 마운드를 내주며 아쉬운 복귀전을 마무리했다. 총 투구 수는 18개였고 이 중 스트라이크는 11개였다.
봉중근은 지난 4년간 LG의 수호신으로 활약했고 이에 앞선 2007∼2011년에는 선발투수로 힘을 보탰다. 이제 중간에서 팀을 잡아줘야 하는 봉중근의 역할은 최근 하락세에 들어선 LG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LG는 15일까지 불펜평균자책점이 5.15로 6위에 그치며 ‘투수 왕국’이라는 명성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불펜 좌완 투수 3인방인 윤지웅(평균자책점 7.52) 진해수(7.77) 최성훈(11.70)의 성적이 매우 좋지 않다. 등판 횟수가 늘어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부하를 조금이나마 경감하기 위해서라도 봉중근의 선전은 절실하다.

봉중근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선발 보직에 대한 지나친 의욕을 보이며 무너졌다. 자진해서 마무리캠프에 참가하며 선발 복귀의 꿈을 지폈지만,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막바지 허벅지 부상을 입은 뒤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4월 중순에야 회복해 퓨처스에서 선발 테스트를 거쳤지만 2경기 8.2이닝을 던지며 2패만을 떠안았다. 경기 내용도 좋지 못해 양 감독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선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롱 릴리프 투수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 15일 양 감독이 봉중근을 1군에 콜업한 이유는 팀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수 있는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욕심을 버리고 한층 매섭게 변할 그의 역투가 기대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사진=LG 트윈스 제공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