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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차별 없어져야"…테러범 증오보다는 게이 인권 옹호 목소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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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5 13:53:49 수정 : 2016-06-15 13: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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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에 대한 애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UN 회원국 193개국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14일(현지시간) 데이비드 프레스먼 미국 UN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올랜도 참사와 관련) 공통된 분노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부터는 성적 성향에 따라 차별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며 “희생자들을 무참히 살해한 가해자에 대한 비난에만 집중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테러를 계기로 성적 소수자의 권리 보장 문제가 외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국제 외교무대에서는 “핵협상보다 게이 문제가 더 논의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성적 소수자 문제는 민감한 주제였다. 하지만 성적 소수자를 혐오, 처벌하는 문화가 올랜도 테러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국제적으로 성적 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93개국 중 동성애가 범죄로 규정된 국가는 모두 73개국에 달한다. 특히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법률에 의거해 동성애를 처벌하고 있다. 서구화가 가장 많이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는 레바논에서조차 동성애자에 대한 고문이 허용될 정도다. 국가별로 보면 파키스탄에서는 게이에게 종신형을 내릴 수 있고, 이란은 지난 2011년 동성애 금지 조항을 근거로 남성 3명에게 사형을 선고할 정도로 동성애를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동성애자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고, 아프가니스탄도 최근 동성애자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는 등 중형을 내리고 있다.

올랜도 테러범 오마르 마틴이 추종했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역시 동성애를 혐오하고 있다. 실제 IS는 점령지인 시리아 라까에서 한 동성애자를 2층 건물 지붕에서 떨어뜨린 뒤 돌팔매로 처형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자백이나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목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이슬람 국가들이 동성애자를 처벌한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이슬람 문화권에서 동성애자들은 숨죽여 살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이런 이슬람 문화는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범인 마틴이 동성애자 성향을 가졌지만 동시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마음을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제럴드 포스트 미 중앙정보국(CIA) 전 심리분석가는 “마틴은 호모포비아(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인 동시에 동성애자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 자신이 동성애자임에도 불구하고 공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마틴의 아버지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틴의 아버지 새디크 마틴은 이날 “신이 동성애자를 처벌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근거로 국제 사회에서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이슬람 국가들의 정책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테러 피해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UN은 이날 동성애를 금지하는 회원국을 거론하며 "해당 국가들이 올랜도 테러에 대한 애도, 가해자에 대한 비난에만 그치지 말고 게이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제적인 처벌 조항은 없지만 UN이 이런 성명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미국은 동성애를 금지하는 인도에 있는 자국 대사관에 성 소수자를 의미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게양하기도 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CNN, 워싱턴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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