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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훼손은 후손들 권리 침해… 보존해야 할 의무 있다

관련이슈 지구 기온 상승 1.5℃ 내로 지키자

입력 : 2016-06-09 15:03:23 수정 : 2016-06-09 1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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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온 상승 1.5℃ 내로 지키자] ⑫‘미래세대 환경소송’ 승소 큰 울림
“기후변화로 가장 잃을 것이 많은 세대는 바로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지난해 8월 미국 청소년 21명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화석연료 개발을 장려해 기후변화를 촉진했으며 헌법상 보장된 청소년들의 생존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15세의 환경운동가 슈테즈가트 토나티우는 인터뷰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와 손자, 증손자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나섰다”며 “아이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곳보다 더 좋은 지구를 남겨주기 위한 것”이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미국에서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행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환경오염의 책임을 묻는 ‘미래세대 환경소송’이 드문 일이 아니다. 개별 국가나 기업의 이익보다 앞으로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 논란으로 국내에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논의의 핵심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지구환경’이라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후변화 미래세대 환경소송에서 승소한 원고 하젤 우메르손(11·오른쪽)이 워싱턴주 킹카운티 고등법원의 판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청소년들의 기후변화 대응 국제사회 움직여

최근 미국 청소년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변화 소송에서 승소했다.

8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월29일 워싱턴주 킹카운티 고등법원은 워싱턴주 생태부가 올해 말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줄이기와 관련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2년 전 미국 시애틀 지역에 사는 하젤 우메르손(11) 등 청소년 8명이 시민단체 ‘우리들의 어린이신탁’의 도움을 받아 제기한 소송 결과다.

원고들은 연방정부가 미국 수정헌법 제5조의 ‘동일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위반했으며 청소년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해 ‘건강한 기후’에 접근할 길을 막고 ‘누구라도 정당한 법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청소년들로부터 빼앗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영국 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공공신탁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정부는 현 세대와 미래세대의 이름으로 자연자원과 시스템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번 소송에서 피고인 연방정부와 화석연료 산업계는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 행정부의 권한에 대한 사법부의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행동의 실패는 재판으로 다툴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와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했다기보다 오히려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문제”라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했다. 화석연료의 채굴과 가공, 소비, 수출을 허가하고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미래세대의 권리 침해라는 해석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5개 주에서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미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6월에는 네덜란드 시민단체 우르젠다 재단이 청소년을 주축으로 한 900명의 시민 원고를 모아 정부를 상대로 헤이그 법원에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소송은 네덜란드 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17% 감축하겠다고 한 방침을 놓고 “최소 25% 수준까지 낮춰야 폭염과 해수면 상승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법원이 인정해준 사례다.

◆청소년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적 토양 먼저 마련해야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후변화 소송은커녕 미래세대 환경소송조차 드물다.

2000년 5월 새만금 개발 반대를 주장하며 100여명의 어린이 소송인단이 구성돼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새만금 갯벌지킴이 미래세대 100인 소송단’은 “어른들은 말끝마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인공이고 자연은 미래세대의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새만금처럼 커다란 공사를 하면서 그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환경단체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들은 헌법상의 환경권과 재산권은 어린이들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에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공유수면 매립면허 취소 및 새만금 간척사업 시행인가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듬해 법원은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이 소송을 각하했다. 175명의 원고 중 해당 지역인 군산, 김제, 부안에 거주하는 37명만 원고 자격이 인정되고 이마저도 행정심판을 먼저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국내에서는 기후변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지만 소송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의 기후변화 관련 국민인식 조사에서도 15∼19세 청소년들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89.2%로 전체 평균 94%보다 낮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먼저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미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해외연구위원은 “미국의 기후재판 결과가 전 세계에 어떤 파급력을 갖게 될지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우리 사회도 이제 기후변화로부터 청소년들이 보호받을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이사는 “청소년은 기후변화 영향의 관리대상이 아니라 이를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에너지와 온실가스 절감에 대한 교육과 훈련, 동아리나 모임 등 자발적 행동과 실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건강과 사회경제적 안정에 큰 위협으로 기성세대보다 청소년세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원인을 분석하고 영향에 서둘러 대처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는 큰 걸림돌에 직면할 수 있다”(유엔 세계청소년 보고서, 2012년)는 경고를 흘려 듣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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