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동환의 월드줌人] 입으로 밥 먹이기 15년째…뇌성마비 양딸 키우는 부부

관련이슈 오늘의 HOT 뉴스

입력 : 2016-06-01 14:28:13 수정 : 2016-06-01 14:36: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병원 복도에 버려진 여자아기를 데려와 15년째 키우는 부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됐던 아기는 어느새 열다섯 살이 됐다. 아기를 데려온 여성은 암 진단을 받았지만, ‘딸’이 우선이라며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신망(中新網) 등 외신들에 따르면 2001년 어느 겨울날, 산시(山西) 성 다퉁(大同) 시에 있는 한 병원 복도에 버려진 아기를 청소부 리씨가 발견했다.

당시 리씨가 일하던 병원에는 선천적 질환으로 버려진 아기가 많았다. 갓 태어난 아기가 병을 앓는데, 돌볼 여력이 없으니 몰래 아이들을 두고 부모들이 도망친 것이다.

아기를 안타깝게 여긴 리씨는 집으로 데려왔다. 그때부터 리씨 부부의 아기 돌보기가 시작됐다. 남편 자오씨도 힘을 보탰다. 15년간 이어져 온 감동극의 막이 오른 순간이었다.

 



리씨는 현지의 한 매체에 “당시에는 병원 곳곳에 버려진 아기들이 많았다”며 “버림받은 아기들은 대부분 선천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리씨가 아기를 데려올 때는 무슨 병을 앓는지 몰랐으나, 나중에야 중증뇌성마비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리씨는 아기를 버리지 않았다. 한 번 버려진 아기를 또다시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그는 갓 태어난 자식이 병을 앓는다는 이유로 모질게 버린 부모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부부는 아기가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없는 탓에 입으로 음식물을 씹은 뒤 먹이는 방식을 고수했다. 어미새가 새끼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모양새다.

당연히 식사속도도 느렸다. 이들 가족이 한 끼니를 때우는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세 끼를 먹으니 24시간 중 약 6시간, 하루의 25%를 식사시간에 할애한 셈이다.

부부 몫의 밥은 늘 차가웠다. 따뜻했던 밥은 딸에게 먹이는 사이 점점 식어갔다. 그 탓에 부부는 자주 배가 아팠다. 찬 음식을 먹으니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리씨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득이하게 한 사람이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이 집에 남아 딸을 보살폈다.

부부는 최근 딸의 이름을 리쿤이라 지었다. 리쿤은 열다섯 살이지만, 지능은 세 살 수준이다. 비록 집안형편은 어렵지만, 리쿤을 키우는 순간만큼은 행복하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부부에게는 올해 열네 살인 또 다른 딸이 있다.



리쿤을 애지중지 키운 부부에게 리씨의 식도암이라는 시련이 닥쳤다. 복을 받아도 모자랄 처지에 암 진단이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리씨는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 없어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리쿤을 돌보기도 바쁜 상황에 자기마저 병원신세를 질 수는 없다고 리씨가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졸지에 자오씨가 모든 짐을 짊어지게 됐다. 리쿤에게 밥을 먹이는 건 물론이고, 아내도 보살펴야 한다.

리씨가 바라는 건 하나다. 리쿤의 정식 입양이다. 아직 리쿤은 호적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리쿤이 가족 구성원이 된다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어려운 가계에도 약간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리쿤이 정식으로 우리 가족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신망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