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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나이에 엄마가 돼버린 소녀들

입력 : 2016-05-18 08:57:15 수정 : 2016-05-18 08: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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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간호사가 곧 아기가 나온다고 말했을 때 전 죽을 것 같았죠.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다행히 저나 아기 모두 건강해서 다행이예요."

약 5주 전 건강한 딸을 낳은 물렝가는 아프리카 잠비아 외딴 마을에 산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버지 둘째 처, 그리고 형제자매 10명이 한 데 모여 산다. 수학 과목을 유난히 좋아했던 물렝가는 커서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사가 될 수 있을지,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모든 게 불투명하다. 7학년(중학교 1학년)을 다닐 때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물렝가의 나이는 14살이다.
14살 물렝가는 여전히 밖에서 뛰어놀고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도 하고 싶다. 사진 출처=피에테르텐 후펜·플랜인터내셔널· UNFPA·BBC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 아동후원단체 플랜인터내셔널( https://plan-international.org) 등은 16일(현지시간)부터 나흘 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여성 인권·건강·복지 신장을 촉구하는 컨퍼런스 ‘위민 딜리버(Women Deliver)’에서 물렝가와 같은 15세 이하 어린 엄마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인 피에테르텐 후펜이 찍은 세계 각지 10대 엄마들 사진도 전시된다. 대부분 조혼의 결과이지만 성폭행을 당했거나 남자친구와 성관계로 임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몸이나 성, 출산, 양육에 관한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 

방글라데시 케야와 생후 2개월 된 아들 라힘. 사진 출처=피에테르텐 후펜·플랜인터내셔널· UNFPA·BBC
방글라데시에 사는 케야(14)는 1년 전 자항기르(21)와 결혼했다. 부모의 가난 탓이었다. 학교를 1년 다니다가 돈이 없어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이웃 소개로 지금 남편을 만났다. 2개월 전 아들 라힘을 낳다가 과다출혈로 거의 죽을 뻔 했다고 한다.

4개월짜리 아기 카렌의 열다섯살 엄마 아나. 사진 출처=피에테르텐 후펜·플랜인터내셔널· UNFPA·BBC
아나(15)는 생후 4개월짜리 카렌과 남미 콜롬비아에서 산다. 8학년 때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졌는데 덜컥 임신했다. 그 남자친구는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아나를 떠났다. 그녀는 "엄마가 되길 원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카렌이 저를 보고 웃을 때 뭔가 아름답다는 게 느껴져요"라고 말했다. 

아이사는 열네살 때 학교 교사의 성폭행으로 딸 파티를 낳았다. 사진 출처=피에테르텐 후펜·플랜인터내셔널· UNFPA·BBC
아나와 동갑내기인 아이사는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산다. 초등학교 때 시험을 마친 뒤 담당 교사가 불러 찾아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 그때 임신을 해 파티를 낳았다. 성폭행범은 1년 정직처분 뒤 다시 복직했다고 한다.

시리아 난민 아미라는 아이들이 밤마다 왜 우는지 모를 때가 많다. 사진 출처=피에테르텐 후펜·플랜인터내셔널· UNFPA·BBC
시리아 출신으로 요르단 난민캠프에 머물고 있는 아미라도 열다섯살이다. 남편과 사이에 이제 첫 돌이 지난 사메르와 태어난 지 12일 된 아말을 뒀다. 아미라는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느라 늘 바빠요. 새로 태어난 아기는 너무 많이 울어요. 가끔은 그 아기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요. 아무 이유 없이 울 때도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아이티 일레인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아들이 너무 그립다. 사진 출처=피에테르텐 후펜·플랜인터내셔널· UNFPA·BBC
아이티 일레인은 2010년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 이재민 구호센터에서 살고 있다. 남자친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임신 7개월만에 세상에 나온 아기는 곧바로 죽었다.

 플랜인터내셔널이 주도하는 조혼모 지원 캠페인 ‘어린엄마들’(#childmothers)에 따르면 만 15세가 되기 전 아기를 낳는 10대 소녀는 세계적으로 20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매일 5500명의 어린 소녀가 졸지에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나 사회의 무관심 속에 이들은 교육과 보건 측면에 있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유엔 등은 해마다 약 7만명의 10∼19세 소녀들이 임신·출산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가족, 사회 모두에게 참혹한 비극이다. 15세 미만 엄마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합계출산율과 같은 국가·국제 차원의 통계는 가임여성을 15∼49세로 잡기 때문이다. 

‘어린엄마들’ 측은 "10대는 커서 어떻게 살아갈지, 무슨 일을 할지, 누구와 사귈지 등을 결정하고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면서 "하지만 이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엄마가 돼버려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대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며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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