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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대서는 장애인들 아낌없이 칭찬해줄 것"

입력 : 2016-05-15 18:41:38 수정 : 2016-05-15 22: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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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장애인 무용교사’ 조동빈씨 “기분이 막 좋아지다 새가 되어 나는 느낌이에요.”

16일 경기 안양 대림대에서 발달 장애인으로서는 국내 1호로 ‘장애인 무용교사(지도자)’ 임명장을 받는 조동빈(23)씨는 ‘무용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대에서 뛰는 게 정말 좋다”며 이렇게 답했다. 조씨는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이 지역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 원년 단원으로 10년째 활동해 어느덧 수석무용수가 됐다.

15일 대림대에서 기자와 만난 조씨는 질문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라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곤 했다. 까만 뿔테 안경 뒤의 앳된 얼굴이 미소를 띤 채 생각을 가다듬는 모습을 지켜볼라치면 이내 제스처를 취해 가며, 때로는 주먹까지 불끈 쥔 채 생각을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10월 행정자치부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장애인 문화예술 지도자 양성 과정’을 이수한 20명 중 유일한 장애인이다.

임명장을 받으면 보조교사 자격으로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을 지도하게 된다. 무용단장인 임인선 대림대 교수(스포츠지도학)는 “동빈이는 아마도 봉급을 받고 무용을 가르치는 국내 첫 장애인 무용 지도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1호 장애인 무용교사’ 조동빈씨(오른쪽)와 스승인 임인선 대림대 교수가 15일 경기 안양 대림대 캠퍼스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안양=남정탁 기자
이번 성과는 무용단 교사들이 조씨의 장래에 확신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임 단장은 “동빈이가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 후배 단원을 격려하고 이끄는 모습을 보며 우리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묵묵히 새 단원의 손을 잡고 체육관 구조나 선생님들 이름을 가르치는 모습에서 신뢰가 싹튼 것이다.

그간 조씨는 옷가게에서 일을 마치면 무용교육 시간인 오후 6시30분까지 학교 체육관으로 향했다. 올해 초부터는 교육 전 30분간 진행되는 몸풀기를 지도했다. 단원들 맏형 노릇을 해온 셈이다.

“저보다 애들이 먼저죠. 애들이 다치면 절대 안 되니까. 이렇게 서로 보면서 딱딱 동작이 맞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그럴 때 서로 안아주고 칭찬하는 식으로 가르치고 싶어요.”

조씨는 2006년 대림대 장애인 체육교실에서 경험한 강강술래를 계기로 무용의 매력에 빠졌다. 단순히 한 방향으로 도는 게 전부로 보이지만, 조씨는 많은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옆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뛰었던 순간이 매우 특별했다.

이런 조씨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무대는 2013년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공연이다. 조씨는 무용단 단원들과 개막식 1주일 전부터 공연장인 강원 용평 돔 경기장 인근에서 숙식을 하며 하루 12시간 이상 훈련을 반복했다. “양발이 평발이라 금방 발이 아파요.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어요.(웃음)”

이 공연 이후 조씨는 “당시 친구들과 다시 공연하고 싶다”고 자주 말한다. 하지만 당시 단원들 중 상당수는 성인이 되며 무용단을 떠났다. 한국 사회에서 어른이 된 뒤에도 계속 무용을 하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쑥쓰러워서인지 짤막한 답을 잇던 조씨는 점점 유려하진 않지만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전달하려 목소리를 높이고 때로는 박수까지 쳐 가며 질문을 즐겼다. ‘동빈씨는 언제까지 무용을 할 거예요?’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가장 크고 우렁찬 답을 내놓았다.

“계속 쭉!”

안양=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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