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뒤인 지난달 20일 서울시인협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의 한류 시대’ 선포식을 열고,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조작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인협회는 “2012년 8월 중국이 윤동주 생가를 복원하면서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 윤동주’라는 대형 안내석을 세우고, 생가 내에 그의 작품을 중국어로 전시해 중국의 애국 시인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 동북 지역에서 우리 역사를 지우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우리 민족정신의 아이콘이자 국민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청년 시인을 이런 식으로 빼앗긴다면 우리 역사와 민족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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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 광신진 합성리 공동묘지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묘지. 최근 이 지역이 크게 훼손되고 양떼가 노니는 목초지로 변해 있다. 인근 묘역 일부는 개발사업이 한창이다. KBS 화면캡처 |
용정시 광신진 합성리 공동묘지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묘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윤동주 시인의 묘지는 용정시 정부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표지석까지 세워 관리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KBS 뉴스에 비친 윤동주 시인의 묘지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윤동주 시인의 묘역은 양떼 목장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묘소 바로 앞으로 300여 마리의 양떼가 지나면서 묘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TV 화면에 비쳤다. 묘소 봉분에도 양떼 발자국이 남아 있고, 주변에는 양떼 배설물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바로 옆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친구이자 고종사촌인 청년 문사 송몽규 선생의 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근 공동묘지는 개발사업이 시작돼 중장비가 바닥을 다지고 있었고, 많은 묘지들이 이미 이장을 마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선생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도 언제 헐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윤동주 시인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오면 어떨까. 국내에 묘지를 만들면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삶을 바친 저항시인 윤동주를 더욱 가까이서 느끼고 사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족과 문학인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윤동주 유해 환국 운동’이 시작됐으면 한다.
류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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