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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넘어선 환경운동… 다음 침공은 어디?

입력 : 2016-05-04 20:47:23 수정 : 2016-05-04 20: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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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서울환경영화제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가 6∼12일 씨네큐브, 인디스페이스, 스폰지하우스, 서울역사박물관 등 광화문·종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화씨 9/11’과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알려진 마이클 무어 감독의 개막작 ‘다음 침공은 어디?’를 비롯해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40개국 85편의 환경영화들을 선보인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환경영화제답게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새로 제기되는 환경 이슈를 포괄하는 그릇으로서 영화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의 추천작들을 소개한다.

◆ 다음 침공은 어디?(마이클 무어, 미국)

감독이 미 국방부를 직접 찾아가 육해공 장성들에게 자신이 1인 군대가 되어 외국을 침공하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침공 조건은 세 가지다. 총을 쏘지 않고, 석유를 약탈하지 않으며, 미국인에게 유용한 것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야구모자를 쓰고, 침략한 땅에 꽂을 성조기를 들고 그가 향하는 곳은 유럽의 여러 나라와 아프리카의 튀니지다. 이들 나라에서 가져오려 하는 것은 이탈리아의 휴가제도, 프랑스의 학교급식제도, 과거사에 접근하는 독일의 반성적 태도, 핀란드의 교육제도, 노르웨이의 감옥제도, 아이슬란드와 튀니지의 양성평등 등이다. 멀리 외국을 돌아 미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해줄 좋은 것들을 찾아 헤맸지만, 사실상 그것들은 애초 미국 안에 있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감독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 하는 문제들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에도 해당되는 것들이다.

◆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제리 로스웰, 영국·네덜란드)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의 활동은 닉슨 대통령 시절,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맨몸으로 나섰던 일군의 젊은이들의 저항에서 시작됐다. 이들의 용감한 행동이 결국 미국의 핵실험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린피스는 현대 환경운동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오직 열정만으로 시작된 운동이 조직화되고 거대화되어감에 따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불가피하게 괴리감이 생긴다. 영화는 그린피스로 대표되는 환경운동의 역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긍정하거나 호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역사 속에서 발생했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환경운동의 미래를 짚어본다. 2015년 선댄스영화제 편집상 수상작.

◆ 트랜스휴먼스(로베르토 자짜라, 이탈리아)

매년 9월29일. 이탈리아에서는 수천년 동안 인간과 가축이 자연의 리듬에 따라 이동하며 방목했던 길을 다시 걷는 행사가 열린다. 과거 고지도를 따라 난 길을 현대에 다시 걸으면서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카메라는 시종일관 걷고 또 걷는 사람들과 양떼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쓰레기가 가득한 해안 앞에서 그들의 걷기가 멈춘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나의 언덕이 푸르러질 때(올리버 디킨슨, 프랑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로코모치베’라는 조합이 결성된다. 이들의 목표는 자연과 동물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로컬푸드를 생산, 유통하는 것.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대안적인 삶의 모델을 제시한다. 대안적인 삶이란 개인의 일회적인 일탈이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영화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녹음이 우거진 자연 속에서 달팽이 농사를 짓고, 치즈를 만드는 이들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영화다.

◆자개단추(파트리시오 구즈만, 칠레)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한 칠레. 카메라는 이 넓은 해안선을 따라 물 속을 탐사하면서 인간의 역사를 머금은 물 속에 숨어 있는 생명의 흔적을 탐사한다. 그 물 속에는 지난 독재정권 치하에서 희생되어 파묻힌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도 흐르고 있다. 영화는 생명의 근원인 물의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칠레의 역사를 돌아보고, 제국주의 침략 속에서 원주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파헤쳐진 지난 역사를 둘러본다.

◆ 스톱(김기덕, 한국)

후쿠시마 근교에 살던 부부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자 부부는 도쿄로 이사를 가는데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는 방사능 오염으로 기형아를 출산할지 모른다고 염려해 유산을 원하지만 남편은 아이를 낳기를 바란다. 남편은 후쿠시마는 체르노빌이 아니라며 아내를 설득하다가 소용이 없자 직접 후쿠시마의 자기 집을 찾아간다.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지 않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간 그곳에서 놀랄 만한 장면을 목격한다.

◆ 레이싱 익스팅션(루이 시호요스, 미국)

지구 생명의 50%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한 현실을 고발하면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이라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는 화려한 스펙터클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로 두 눈을 사로잡으며 몰입력을 높인다. 예술가들과 운동가들을 모아 비밀 작전을 수행한다. 전 세계의 가장 위험한 암시장에 잠입해 탄소배출량과 종족 멸종의 관계를 기록한다. 그러나 영화에 깃들어 있는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은 서구 선진국들에서 만들어지는 환경 영화에 대해 우리 자신의 필터를 통한 비판적 읽기가 필요함을 일깨운다.

◆ 내 사랑 한옥마을(김정인, 한국)

아빠는 2년 전 전주한옥마을에서 한지를 이용한 사진인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가게는 한옥마을의 아이콘으로 칭송받았고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창조경제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순항을 거듭하던 사업은 뜻밖의 암초를 만난다. 재계약을 앞두고 월세를 300% 올려달라던 건물주는 얼마 후에는 재계약은 원치 않으니 무조건 자리를 비우란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사이 한옥마을 풍경이 많이 달라 보인다.

자세한 상영 스케줄은 서울환경영화제 홈페이지(www.gffis.org)를 참고하면 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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