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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숙 교정원장 "집단이익도 극복하는 것은 '우리는 하나' 인식"

입력 : 2016-04-20 15:41:24 수정 : 2016-04-20 15: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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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4월 25~5월 1일 서울-익산 일원서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개인은 도덕적이라고 해도, 집단에 속하다보면 비도덕일 수 있습니다. 집단이익마저도 극복하는 것이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입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원불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설명회를 갖는 자리에서 한은숙(사진) 원불교 교정원장은 가르침의 한 자락을 이렇게 펼쳐보였다. 알고 보면 만유는 하나로 연결돼 있는 데, 서로 적 인냥 다투고 있으니,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를 드러내 보인 말이다. 

원불교 개교 100주년 기념대회 설명회 장면.
“각 종교의 교법도 서로 다르지만, 결국 사랑과 평화를 말합니다. 그 하나를 향해 가는 게 종교라고 할 수 있어요.”

한 교정원장은 숨가쁜 설명회 자리에서 틈틈이 교리를 통해 종교가, 그리고 인류가 가야할 방점을 찍어줬다. 원불교는 천도재를 다룬 천도품과 미래세계를 조망한 전망품이 있을 정도로 교리가 세세하게 만들어져 있다. 원불교를 개창한 소태산(본명 박중빈, 1891~1943) 대종사는 일찍이 물질문명의 놀라운 발달을 예견하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설파한 바 있다. 원불교는 개벽의 현대적 언어를 ‘상생’이라고 재해석했고, 이는 곧 마음공부요, 감사와 보은의 자세를 뜻한다고 밝혔다. 

소태산 대종사(가운데 안경쓴 이)의 모습이 담긴 초기 사진.
“원불교 초기에 여러 가지 기적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대종사님께서는 일체의 기적을 배제하셨지요. 자료조차 중히 여기지 않았어요.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물었던 것은 ‘창생(蒼生)을 위해 죽을 수 있는가’였어요. 그 대답을 들으려 했고, 이를 통해 제자들을 결집시켜 나왔습니다.”

초기부터 모든 것을 객관화, 보편화 시켰기에 원불교는 걸음이 느려도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 나왔다. 현재 원불교는 국내외 600여 개 교당에 137만 교도가 있다. 성직자인 교무도 2000명에 이른다. 해외 23개 국가에 교당을 조성하고 있다.

“앞으로 수량적인 발전은 지양해야 합니다. 살다 보면 속고 또 속는 게 물량입니다. 세상에 종교인이 많다고 해서 세상이 더 안정적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소금이 작은 양으로도 음식 맛을 살려내듯이, 종교인도 숫자보다 세상에 빛이 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들렸다.

원불교는 오는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기념주간으로 정해 특별 천도재와 국제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28~30일에는 전북 익산시 원광대, 원불교 중앙총부 등에서 ‘종교 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한국 종교의 영성과 원불교의 위치를 돌아본다는 취지다.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학 연구자인 돈 베이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등이 문명발전과 종교의 역할 등을 주제로 발제한다.

내달 1일 오후2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기념대회 본 행사에는 전 세계 원불교 교도 5만여 명이 참가하며, 벤들리 세계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과 삼수딘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의장을 비롯해 정계와 재계, 종교·문화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본 행사에서는 또 영어, 불어, 일어, 스페인어, 독일어, 아랍어 등 10개국 언어로 번역된 원불교 법어 봉정식이 열리며, 소태산 대종사의 9명의 초기 제자를 성인으로 인정하는 법훈서훈식도 진행된다.

“대종사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필요한 존재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상대가 없이는 못 사는 존재예요. 개벽은 ‘열 개(開)’자에 ‘열 벽(闢)’자이지요. 열고 또 열어야 이를 수 있어요. 그렇게 자신을 여는 길이 ‘감사와 은혜’입니다.”

한 교정원장은 넉넉한 품성과 고아한 눈빛으로 향후 100년을 향한 ‘제2의 개교’ 정신을 다짐하며, 익산 원불교 총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잖아 원불교 서울시대가 개막된다.

정성수 문화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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