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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성교육에 사활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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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8 21:02:12 수정 : 2016-04-18 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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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강대국의 출렁거리는 힘겨루기에 일던 멀미, 이에 버금가는 약소국의 어지럼증이 다시 인다. 나폴레옹 군대에 유린당하던 시절 피히테가 독일 국민에게 호소한 것은 항쟁의 전의가 아니라 타락한 도덕과 느슨해진 정체감의 회복이었다. 위기를 불러온 것도, 위기를 극복할 것도 국민적 자존감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결국 이런 호소에 부응한 국민적 자각으로 독일은 위기를 넘겼다.

중화라는 자존심이 중국을 버텨온 힘이라고 하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자존감이 무수한 강대국의 외침과 압박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동화되지 않고 살아남은 힘이었는지 모른다. 조선조 500년은 이런 자존심으로 버텨낸 시기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 지금도 우리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그들의 폭풍과 천둥 같은 호흡을 견뎌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이 속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비결’은 공동체적 삶의 품위와 자존감이다.

문용린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의 삶의 품격과 자존감은 위기상황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인 법치가 불안해진 것은 물론 윤리적 피폐의 극치라 할 존비속 살인범죄가 급증하고, 시장경제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고, 배신과 모략·무고(誣告)가 도를 넘고 있다. 대오각성의 전기가 필요하다. 그러던 차에 국민의 염원을 담은 2015년 7월 인성교육진흥법이 만들어졌다. 그 후속대책으로 인성교육 5개년(2016~2020년) 종합계획이 수립됐다. 인성교육진흥법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매우 높다. 동방예의지국의 자존심을 되살려 우리 삶의 품격을 높이고, 도덕국가로서의 위신을 회복하자는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5년마다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도교육감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은 학교활동 전체를 인성 친화적으로 변화, 학생 개인에게 맞춤형 인성교육 실시, 선생님들의 인성교육역량 강화, 가정·학교·사회가 협업해 인성교육 추진, 국가 전 분야가 공감대를 가지고 인성교육 참여 등 5가지가 핵심이다. 교육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5개년 종합계획이 기대되면서도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인성교육을 온 국민의 관심사로 격상시킨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면서도 인성교육이라는 말(馬)의 고삐는 학교(선생님)가 확실하게 잡고 있어야 한다.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를 최고의 전문가로 육성해야 한다. 학교가 중심이고 민간영역에서는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두 번의 비료를 뿌리는 일이 아니라, 농부의 애정이 어린 땀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작물이 자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박정희 대통령 시절 5개년 계획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인성도 그렇게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인성은 사람의 마음이고 내면의 성장이기에, 우리는 시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다만 진지하게 열심히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인성교육 5개년 계획은 5년 후의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거대한 사업이다. 인성교육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과 함께 교육부가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문용린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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