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떻게 함께 헤치고 나아갈까? 그날 밤 나는 생각했어.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갈망할까? 내가 당신에 입을 맞출 때, 그 아이 이름의 파편들이 당신의 입 속에서 내 혀를 후려칠 텐데-”(남자)
“당신이 어떻게 내 눈을 들여다볼까? 거기에 그 아이가 있는데 내 검은 눈동자 속에 태아의 모습으로 시선 하나하나, 손짓 하나하나가, 바늘처럼 찔러댈 텐데.”(여자)
이스라엘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2006년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당시 아모스 오즈와 더불어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틀 뒤, 군 복무 중이던 아들이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깊은 슬픔 속에서 겨우 몸을 가누며 아들의 조언을 구해 써오던 소설 ‘땅끝까지’(2008)를 완성해 발표했고, 다시 자식 잃은 부모들의 슬픔을 2011년 이 책에 담아냈다. ‘슬픔의 교수대’에서 ‘시간의 바깥’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그로스만의 애가(哀歌)는 이렇게 흐른다.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도 시간 속에 갇혀 있지. 슬픔도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지만, 때로는 새로운 슬픔이 된다. 네가 빼앗긴 모든 것에 대한 분노도 마찬가지. 하지만 너는 이제 없다. 너는 시간 밖에 있다. 네게 어떻게 설명할까, 그 이유조차 시간 속에 붙들려 있거늘”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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