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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배려의 정신… 종교의 본질을 되묻다

입력 : 2016-04-01 19:51:02 수정 : 2016-04-01 19: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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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용/엠인터내셔널/423쪽/1만9000원
벼랑 끝에 선 종교/이옥용/엠인터내셔널/423쪽/1만9000원


독일 철학자 막스 뮐러는 “하나의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고 했고,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우주종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종교는 우주이치를 알고, 마음세계를 닦는 큰 그릇인데, 오늘날 종교가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으로 들린다.

‘벼랑 끝에 선 종교’(엠인터내셔널)는 종교의 본질을 끊임없이 되묻고, 그 사명을 일깨워주는 고품격 종교에세이다. 세계 어느 종교이건, 도그마에 빠지면 사람들을 미망에 빠트리고,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지은이는 7년 전 종교의 본질을 되찾고, 종교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사재를 털어 범종교지 ‘매일종교신문’을 창간한 바 있다. 그는 재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며 국내외 종교를 두루 돌아보고 느낀 점을 인터뷰와 칼럼 형식으로 신문에 연재했다. 종교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그 많은 ‘출혈’을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책은 그가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성서학자 나채운,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진경 스님,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 김대선 원불교 평양교구장 등 12명의 종교 지도자들과 나눈 대담과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이 근간을 이룬다.

이들 종교 지도자는 하나같이 ‘화이부동’ ‘다름과 아름다움의 조화’ ‘공존·평화·배려의 정신’ 등 종교 공통의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칼럼은 우리 사회 종교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나름대로 해법도 내놓는다. ‘벼랑 끝에…’라는 제목에는 오늘날 위태로운 정신문화에 자기반성과 새로운 진로 모색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세상 이치는 아는 만큼 보이고, 배운 만큼 눈이 뜨이기 마련이다. 종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책은 그러나 종교를 알기 전에 ‘복을 받게 해 준다’ ‘아픈 사람 병 낫게 해 준다’ ‘천국 가게 해 준다’ 달콤한 말에 갇혀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것은 개인은 물론, 종교 자체가 사양길로 접어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종교는 사회와 문화의 근간으로, 마음세계를 갈고 닦는 데는 여전히 절실하다. 책은 누구나 믿음을 갖되, 여러 종교를 폭넓게 이해할 때, 맹목적 믿음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분별력이 생긴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423쪽의 두툼한 볼륨은 여러 종교가 가진 특징이나 핵심을 이해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처음 공개되는 북한과 이스라엘 종교 유적지 등 흥미로운 사진도 곳곳에 등장한다.

정성수 문화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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