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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도 중독자로 만드는 약… 의약산업 대해부

입력 : 2016-04-01 19:43:18 수정 : 2016-04-01 19: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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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학저널리스트 12명이 만든
의약품 부작용 고발 글로벌 보고서
거대 제약사와 의료계의 커넥션
1000여종 약품의 문제점 총망라
미켈 보쉬 야콥슨 외 지음/전혜영 옮김/율리시즈/2만5000원
의약에서 독약으로- 건강한 사람도 중독자로 만드는 약의 엄청난 부작용/미켈 보쉬 야콥슨 외 지음/전혜영 옮김/율리시즈/2만5000원


200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엄숙하게 유행 독감 H1N1 즉, 신종플루 주의보를 발령했다. 그로부터 1년 동안 WHO는 20억건 이상 H1N1 사례가 발생했다며 경계했지만, 결과적으로 독감 발생 사례는 예년의 절반에 그쳤다. 그럼에도 각국은 독감 백신과 항바이러스 약품을 쓰도록 열심히 홍보하고 장려했다. 조류인플루엔자 때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야단법석 이후엔 백신 열풍이 뒤따른다. 언론도 덩달아 동조한다. 이런 탓에 임상시험 등을 거치치 않은 백신을 건강한 사람들에게까지 접종한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사와 의학저널리스트 12명이 만든 이 책은 의약품의 부작용을 고발한 글로벌 보고서다. 의사와 약을 맹신한 나머지 초래되는 부작용을 심도있게 들춰낸다. 거대 제약회사 즉, 빅 파마와 의료계의 커넥션, 1000여종 약품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망라했다.

우선 영국 카디프 의대 교수 데이비드 힐리는 항우울제의 맹신을 지적했다. 헐 대학교 어빙 커시 교수도 항우울제 치료 효과의 거품이 얼마나 심한지를 폭로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 존 에이브럼슨은 소염제인 COX-2의 위험성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선구자다.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치료 분야의 세계 일인자 피터 J 화이트하우스와, 전염병 전문의 볼프강 보다르크는 신종플루 H1N1 치료제의 허상을 고발한다. 이 책을 쓴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빅 파마들과 연계된 의료계의 교묘한 전략을 눈치 채지 못하면 자칫 한순간에 건강을 잃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당장 의심해야 할 몇 가지를 지목한다.

저자들은 우선 의약품의 개발과 판매 전략은 ‘인간의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자유경제 체제의 상품이 된 의약품은 오로지 이윤만을 따진다.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도 제약회사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숨기고, 효능으로 과대 포장한다.

저자는 “의사의 처방과 의약품을 맹신 하다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인생과 몸을 망가뜨리게 된다”면서 “의약품 개발과 판매 전략은 ‘인간의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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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의약품 덕분에 건강이 보장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는 것도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인구당 약품 복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의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20% 이상 차지한다. 하지만 평균 수명은 세계 17위 수준으로, 쿠바보다도 낮다. 치료를 내세워 과다처방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약품이 인류에 이바지한 혜택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평균 수명의 연장은 삶의 질의 개선과 보건 위생 향상으로 이룬 결과이지 의약품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특정 질병의 대표적 치료제는 충분히 안전하며 약효도 출중하다는 믿음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우울증의 프로작, 신경안정제 자낙스, 위궤양의 잔탁,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치료제 프레마린과 프렘프로, 비만 치료제 펜-펜과 리덕스, 조루증 치료제 다폭세틴 등 어느새 특정 질병에는 특정 약품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면서 “그러나 30여년에 걸친 세계적 블록버스터급 약품의 판매 결과는 모두 심각한 부작용과 중독 증세로 인한 또 다른 문제들을 초래했다는 사실이 있다”고 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질병 퇴치율이 높아지고 신종 질환은 감소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기대는 착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30년 동안 듣도 보도 못한 신종 질병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신 의학과 관련된 증상과 질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정신과협회의 DSM(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신종 질병이 297가지나 늘었다.

이렇게 늘어나는 신종 질병에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치료제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질병의 ‘브랜드화’라는 것이다.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사례도 나온다. 수치에 민감한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사례다. 즉, 고혈압이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골다공증 등의 정상 수치를 기술적으로 끌어내려 해당 약품을 애용하도록 안간힘을 쓴다는 것.

이 책은 초국가적인 제약업계, 즉 빅 파마의 전략이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의료계와 어떤 커넥션이 작동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똑똑한 소비자에 꼭 필요한 교양서라고 이 책에 나오는 의사들은 권고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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