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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찌든 중년남자의 하룻밤 ‘꿈같은 여행’

입력 : 2016-03-30 21:24:03 수정 : 2016-03-30 21: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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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
마이클 스톤(데이빗 듈리스)은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라는 저서로 존경받는 작가이지만 일상에 찌든 탓에 인생이 지루하기만 한, 행복하지 않은 유부남이다. 깊은 고뇌에 빠져 있고 외로우며 실의에 잠긴 중년의 고독한 남자다. 동기유발 전문가로서 고객서비스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연차 신시내티로 출장을 온다. 프레골리 호텔에 짐을 풀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내 무료함에 휩싸인다. 옛 애인을 불러내 저녁자리를 마련해 보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안 풀린다. 속마음도 털어놓지 못한 채 낭패만 보고 결국 더 깊은 우울감에 빠진다. 그러나 운이 영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호텔로 돌아와 우연히 복도에서 만난 리사(제니퍼 제이슨 리)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낀 마이클은 리사와 남은 삶을 함께 펼쳐가리라 마음 먹는다.

‘아노말리사’(사진)는 한 남자가 보내는 하룻밤 동안에 펼쳐지는, 꿈같은 여행을 그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등의 각본을 쓰고, ‘시네도키, 뉴욕’을 연출하고, ‘이터널 선샤인’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천재 이야기꾼’ 찰리 카우프만의 첫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TV드라마 ‘커뮤니티’로 실력을 인정받은 듀크 존슨 감독이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속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는 단 3명의 목소리로 압축된다. 데이빗 듈리스가 연기한 마이클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결같이 남자 목소리를 낸다. 톰 누난이 억양 없이 단조롭게 목소리를 연기했다. 이는 마음을 줄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무의미한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오직 제니퍼 제이슨 리가 맡은 리사만이 유일하게 여자 목소리로 말한다. 이마저도 처음엔 남자 목소리로 들리지만, 마이클이 리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부터 여자 목소리로 변해간다. 감정의 깊이만큼, 마음을 더욱 활짝 열어 보이는 만큼 여자 목소리 또한 더 또렷하게 들린다. 하지만 뜨겁던 밤이 지나고 해가 뜰 무렵에 이르자 열정이 식어가는 속도에 맞춰 여자 목소리에 남자 목소리가 조금씩 섞여 나오기 시작한다. 

‘아노말리사’는 다소 낯설지만 대단히 창의적인 방식의 로맨스로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가 건네는 메시지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갈 곳을 잃은 듯 외로이 실의에 빠진 현대인들을 위로하며 감동과 치유의 울림을 전한다.

감독의 상상력과 인생을 보듬는 스토리,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낸,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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