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신화로 본 인간 내면… 선과 악, 불완전한 공존

입력 : 2016-03-19 03:00:00 수정 : 2016-03-18 21:15: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나미 지음/이랑/1만5000원
심리학이 만난 우리 신화-당신들이 나의 신이다/이나미 지음/이랑/1만5000원


정신과 전문의이자 융 분석심리학자인 이나미 서울대 겸임교수가 쓴 이 책은 인간의 심리를 신화와 민담, 문학 작품 등을 통해 풀이하면서, 나의 존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선한데 상대방은 악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주 낮은 수준의 선악 구별 방식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면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악해졌다”고 한다. 자신에게 어느 정도 악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양식있는 수준이다. 선한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있는 자신의 무의식에는 ‘매우 악하고 어두운 부분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선과 악이 한 몸뚱이처럼 붙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를 인식한다면 끝없는 편 가르기, 복수와 응징이라는 악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무의식의 ‘그림자’ 인식하기다.

저자의 종교에 대한 번뜩이는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인간이 받는 상처에 대한 종교의 설명은 지나치게 권위적이다. 예컨대 그리스도교에서는 원죄로, 불교에서는 업으로, 유교에서는 도를 모르는 소인배의 행실로 모든 상처를 일반화한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억울한 마음을 하소연할 길이 없다. 하지만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 앙금들을 그냥 참고 억압하려 한다. 그러나 무작정 억압을 하는 것이 그리 쉽겠는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도덕과 윤리로 상처나 본능을 제어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종교적 제의이다. 종교적 제의를 통해 살다 겪는 질곡들을 승화시킨다. 우리는 억울한 감정과 분노, 고통에 이별해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원망 등을 제어할 나름의 힘이 생긴다.

한데 조선 시대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쳤던 유교는,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이나 꿈과는 거리가 멀다.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인 세계만 강조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한국의 평민들은 ‘바리데기’ ‘당금애기’ ‘영감’ ‘반쪽이’ 같은 무속에 기반을 둔 신화와 민담들을 접한다. 이들에게서 삶의 근원적 고통을 느끼고, 같이 울고 웃으며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얻는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내 존재의 원형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박혁거세’ 신화는 인생의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신화에서는 신성과 동물적 본능, 인간의 삶이 어떻게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통합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을 주도하는 진정한 승자는 결국 시간이 아닌가 싶다.

하늘의 벌레가 떨어져 인간이 되었다는 신화는, 인간도 벌레에서 시작된 미물에 불과하며, 흙에서 왔다 흙으로 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책에는 무릎을 치는 지혜로운 이야기들이 담겼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
  • 고민시 '완벽한 드레스 자태'
  • 엄현경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