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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지탱해준 슈미트 법체계… 아직도 독재국가 규범으로

입력 : 2016-03-19 03:00:00 수정 : 2016-03-18 21: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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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슈미트 지음/김도균 옮김/길/2만5000원
합법성과 정당성/카를 슈미트 지음/김도균 옮김/길/2만5000원


카를 슈미트는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자이자 나치 시대의 대표적 법률가라는 악명을 들어야 했다.

그는 흔히 나치 시대의 황제법학자 또는 계관법학자로 불린다. 슈미트는 나치당이 지배하는 독일의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펼쳐보이려 했다. 슈미트는 법학자로서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 상황을 적절하게 포착, 표현하는 개념들을 천재적으로 고안해내는 데 탁월한 기술을 보였다. 당대의 그 어떤 정치철학자나 국법학자도 그만큼 현실 상황, 갈등 상황, 사태의 발전 과정을 개념으로 주조해내는 솜씨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이런 능력은 반자유주의와 파시즘의 논리를 대변하는 법체계를 개발해냈다. 히틀러 같은 뛰어난 지도자와 통치 엘리트가 바이바르 공화국 체제를 붕괴시키고 독재정권을 수립해야 한다는 논리의 틀을 제공했다.

따라서 슈미트의 법체계는 현대 군부 독재국가들의 전범으로 인용되곤 한다. 특히 비상사태하에서 의회보다는 대통령이 인민을 더 직접적으로, 더 충실하게 대표해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했다.

슈미트는 “기능주의 다수결 즉 기계적인 다수결 원칙은 허구이며 이를 끝까지 고집하면 진실이 응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실의 응징이란 나치(히틀러) 또는 뛰어난 독재자의 응징이다. 이런 논리는 군부 독재의 이론적인 틀을 제공하는 것이다.

옮긴이는 역자 후기에서 “박정희 군부 시절 통치의 이론적 근거를 슈미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면서 “민주주의가 독재를 어떻게 미화하고 포장하는지 슈미트는 적절한 기법을 보여준다. 이는 지금도 이어질 수 있다”고 평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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