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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좀 봤다는 당신, 남녀 삼각관계 ‘고전’ ‘쥴 앤 짐’은 보셨나요?

입력 : 2016-03-16 21:16:26 수정 : 2016-03-16 21: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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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의 기수 트뤼포 작품
360도 촬영 등 실험정신 망라
몽상가들·하트비트 등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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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주도하려는 경향이 강하거나, 격조 있는 저녁 자리에서 한번쯤 튀고 싶다면 반드시 챙겨 볼 만한 영화다.

‘400번의 구타’, ‘도둑맞은 키스’ 등을 연출한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쥴 앤 짐’(1961)은 독일인인 쥘과 프랑스인인 짐 그리고 그들이 동시에 사랑한 여자 카트린이 펼치는 예측불허의 로맨스를 통해 삶과 사랑을 위트 있게 성찰하는 걸작이다.

<<사진 = ‘쥴 앤 짐’은 1950∼60년대 사랑의 통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형태의 누벨바그식 러브를 선보인다. 그 사랑은 지금도 유효하다.>>
누벨바그는 195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나타난 새로운 영화들을 가리킨다. 줄거리를 중심으로 심리적 리얼리즘을 중시했던 영화들이 물러나고, 예술적 상상력과 다양한 양식을 지닌 작품들이 등장한다.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영화비평운동을 해오던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뤼크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자크 리베트 등의 신진 감독들이 주역이었다. 이들은 기존의 획일적인 영화방식을 부정하고 문학이나 음악처럼 자유로운 표현양식으로서의 영화를 주장했다. 전통적인 내레이션 타파, 즉흥적인 연출, 장면의 비약적인 전개, 과감한 카메라 워킹 등 새로운 감각의 영상미학을 창출한 데 이어, 상업영화와는 명백히 구분되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을 일구었다.

누벨바그는 1920년대 독일의 표현주의나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에 비견될 수 있는 영화사의 획기적인 사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영화의 미적 성숙을 이룬 누벨바그는 영화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며 프랑스 영화산업에 활발한 독립제작의 여건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브라질의 ‘시네마 누보’와 미국의 ‘뉴아메리칸시네마’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

핸드헬드, 스톱 프레임, 점프 컷, 360도 파노라마 촬영 등 누벨바그의 실험 정신을 총망라한 카메라 워킹으로 새로운 연출 기법의 백과사전이란 평가를 받은 ‘쥴 앤 짐’은 후대의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끼쳤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좋은 친구들’에서 스톱 프레임, 빠른 편집, 내레이션 등의 기법을 차용했으며,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은 ‘아멜리에’의 캐릭터부터 스토리텔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각관계가 등장하는 대부분 현대 영화들은 ‘쥴 앤 짐’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연한 ‘내일을 향해 쏴라’(1969),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이 투 마마’(2001),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2003), 자비에 돌란 감독 및 주연의 ‘하트비트’(2010) 등이 대표적이다.

‘쥴 앤 짐’에서 트뤼포는 진부한 삼각관계 대신,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랑, 우정, 질투 등을 통해 인물들이 어떻게 대처하며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보여 준다. 젊은 이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쥘과 짐, 카트린은 그들의 자유에 대한 욕망과 이에 반하는 현실에 맞서 로맨스와 환상 그리고 젊음의 드라마를 엮어 간다.

1912년 파리, 금발의 쥘과 까만 머리에 콧수염이 매력적인 짐은 신비로운 여인 카트린을 만나고,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이때부터 이들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카트린과의 결혼에 성공한 쥘. 하지만 쥘과의 사이에서 권태를 느끼던 카트린은 오랜만에 그들을 찾아온 짐과 불 같은 사랑에 빠지고, 급기야 이들 세 사람은 기묘한 동거에 들어간다. 하지만 영원히 쿨할 것만 같던 이들 사이에 질투와 집착이 비집고 들어온다.

‘쥴 앤 짐’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중심인물은 카트린이다. 카트린은 오만하지만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와 똑같이 살기를 원하는 자유로운 여자이며, 충동적인 데다 규정지을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의 이미지들은 물과 불의 극단적인 요소들로 표현된다. 이는 그녀가 남성과 여성의 이중적인 측면을 가진 양성적 존재라는 점과 연결된다. 여자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쥘과 짐의 대화를 듣게 되자 그녀는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해 센강에 뛰어든다. 또한 자신의 사랑을 거부한 짐과 함께 그녀가 택한 최후는 끊어진 다리로 차를 몰아 강물 속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그녀가 옛사랑의 편지들을 태울 때 그녀의 잠옷에 불이 옮겨 붙는 것은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파괴시키고 자신도 그 파괴의 과정 속으로 연루되어 들어감을 암시한다.

두 남자의 친구이자 부부, 연인의 관계를 유지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카트린은 이상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였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문화적 순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불안의 시대로 접어든 유럽 사회는 그녀가 설 공간을 남겨 두지 않는다. 항상 자유롭기를 원하는 카트린이 계속해서 정열의 대상을 바꿔 나가는 것은, 그녀의 바람기 때문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자유에 대한 욕구에 기인한다. 17일 재개봉.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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