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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널 기다리며’ 소녀의 복수, 미완의 딜레마

입력 : 2016-03-08 14:10:58 수정 : 2016-03-08 14: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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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영화 마니아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 영화 한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 심은경의 첫 스릴러 도전이 화제가 된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다.

‘널 기다리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형사였던 아빠를 죽인 범인을 15년간이나 기다려온 소녀의 잔혹복수극이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통해 단숨에 ‘충무로 흥행퀸’으로 자리매김한 심은경, 어마어마한 광기를 내뿜으며 메소드 연기를 펼친 김성오 등 배우들의 파격 연기변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전율이 이는 영화다.

복수는 영화계가 그동안 수도 없이 반복해온 소재 중 하나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비롯해 ‘악마를 보았다’ ‘달콤한 인생’(김지운), ‘마더’(봉준호) 등 국내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단골 이야깃거리기도 했다. ‘널 기다리며’는 그동안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온 모홍진 감독의 감독데뷔작이다.

이 영화는 기존 스릴러 장르 주인공들이 성인 남성이거나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녀희주(심은경)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소녀와 살인자. 결코 어우러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캐릭터의 충돌과 조합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보는 내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리고 영원한 숙제, ‘복수는 완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 더군다나 소녀의 복수는 완성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빤한 결론을 향해 치달아가는 과정 속에서 관객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은 결코 복수를 완성할 수 없다는 차가운 진실과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의 건조한 엔딩은 그래서 더욱 울림을 남긴다.

아역 출신 배우에서 성인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는 배우 심은경은 하나로는 규정짓기 어려운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한 작품에서 보여주며 왜 그가 충무로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 타당한 이유를 안겼다. 순수성과 폭력성의 중간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은 그녀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 ‘아저씨’(2010)에 이어 악역 캐릭터의 범주를 무궁무진 넓혀가고 있는 김성오의 변신 또한 놀랍다. 감독의 권유로 영화 ‘머시니스트’(2005) 속 크리스찬 베일처럼 극단적 다이어트를 감행했다는 그는 복수의 타깃이 되는 범죄자 기범으로 분해 지방 0%의 삐쩍 마른 근육질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며 섬뜩한 광기를 드러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선이 굵은 악역을 주로 선보였던 ‘씬스틸러’ 윤제문은 희주(심은경)과 기범(김성오)가 이루는 캐릭터의 두 축 사이에서 묵직한 중심 역할을 했다. 기범과 함께 범인 용의선상에 올라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민수 역의 오태경은 ‘조난자들’(2014)에 이어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차기 씬스틸러 자리를 예약했다. 청소년관람불가. 108분. 3월10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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