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정상들은 “난민 수천 명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터키와 협상안 전반적인 사항에 합의했다”면서, 다음 주 열릴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했다. EU와 터키는 오는 17~18일 정상회의를 열고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에 도착한 모든 시리아 난민들을 터키로 보낸다는 가정하에, 시리아 난민이 터키에 재정착할 때마다 터키에 이미 와 있는 시리아 난민 중 한 사람을 유럽으로 보낸다”며 터키가 모든 불법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리스에서 터키로 난민 한 명이 재정착할 때마다, 또다른 난민은 터키에서 유럽으로 가는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12시간 대화를 한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한 사람은 (터키)안으로, 한 사람은 밖으로 보내는’(One in, One out) 제안이 목숨을 걸고 위험한 바다를 건너 그리스에 오려는 난민들의 행렬을 멈추게 하는 돌파구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EU와 터키가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예상치 못했던 타협(unexpected compromise)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EU관리들은 ‘법적으로, 실행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문제를 분석한 반면, 또다른 EU관리는 이처럼 복잡한 계획이 신속하게 합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들어온 모든 난민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는 계획이 발칸루트(서유럽행 난민 이동 경로)를 봉쇄하는 타결안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길고 힘든 저녁이었지만, 앞으로 그리스에 들어오는 모든 난민들을 터키로 보낼 가능성이 생기는 등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계획이 실행되면, 난민 브로커들의 사업모델을 없애는 한편 배를 태워주고 유럽에 정착하는 연결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내가 1년 간 주장해 온 것으로, 완전히 실행됐을 때만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들은 망명을 신청하는 난민들을 그리스에서 터키로 보내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도, EU가 난민 대량 유입 사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EU가 터키와 난민 수용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동안 메르켈 총리는 터키에 있는 시리아 난민을 위한 지원금을 2배로 올리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EU정상들은 터키로부터 난민 사태 처리 비용으로 3년간 60억 유로(약 7조9800억원)를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터키가 받은 30억 유로(약 3조9900억원)의 2배다. 메르켈 총리는 “추가 30억 유로는 필요하지만, 세부사항을 합의하는 데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는 자국에 난민 300명 가량을 수용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유럽에서 망명을 신청한 시리아 난민은 약 36만3000명이나 된다. 그리스 해안에 도착하는 난민은 매일 최대 2000명으로, 대부분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출신이다.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이주자 밀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새 제안을 통해 우리는 난민을 구조하고, 자신의 상황을 악용하는 이주민들을 차단하며, 터키와 EU간 새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터키 총리는 또 유럽 정상들에게 “터키는 EU 지원에 대한 대가로 터키 시민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며 터키의 EU가입 협상을 재개하는 한편 터키 국민 7500만명에 대한 비자 자유화(면제)를 올해 6월1일까지 해달라고 요청했다.
7일 터키와의 협상에서 EU정상들은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난민 유입을 저지하기 위해 발칸 루트 봉쇄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이 이를 반대해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발칸 루트 봉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평소에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던 메르켈은 발칸루트 차단이 그리스 등 특정 국가에만 부담을 지우는 자국 이기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했었다.
이런 가운데 유럽 각국은 EU 역내 자유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잠정 중단하는 국경 통제를 도입하는 등 일방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유럽통합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EU정상들은 올 연말까지 모든 통제를 해제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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