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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연수를 갔다. 정착 초기 생활 잡화가 많이 필요했다. 일년 뒤 돌아가니 쓰고 버릴 정도면 됐다. 이때 찾은 달러트리는 효자손이었다. 우리나라 ‘1000원숍’인 셈이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990원대였다. 달러트리에서 망치까지 사고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구매품이 중국산인 걸 알았을 땐 씁쓸했지만.

경기가 나빠지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할수록 잘 나가는 기업이 있다.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균일가에 판매하는 상점이다. 달러트리는 달러제너럴, 패밀리달러와 함께 미국 ‘3대 달러스토어’로 불렸다. 이들 업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사세를 확장했다. 2014년까지 10년간 매장수를 1만개나 늘렸다. 그해 달러트리는 패밀리달러를 85억달러에 인수했다. 최근 달러트리, 달러제너럴 등 소매업체 관련주 주가가 껑충 뛰었다고 한다. 미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00원숍’으로 유명한 다이소에게도 불황이 기회 같다.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었다. 1997년 1호점을 시작으로 19년간 늘어난 매장 수가 1100곳에 이른다.

전문점 커피값이 3000∼4000원 하는 요즘 1000원은 잔돈으로 여겨진다. 김밥이나 라면으로 한끼 때우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몇년 전 간혹 눈에 띄던 천원식당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광주 대인시장에서 ‘1000원 백반집’을 운영하던 김선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010년 문을 연 식당은 밥, 된장국, 삼찬이 곁들여진 백반을 1000원에 팔았다. 주로 시장에 채소 팔러 온 노점상 할머니나 끼니를 거르기 쉬운 독거노인이 손님이었다. 김 할머니는 한 달 평균 100만~200만원의 손해를 봤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재 식당은 김 할머니 딸이 운영하며 시장 상인 도움과 기부금 등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가장 싼 아침 메뉴는 1000원이다. 당초 1700원이었으나 지난해 6월 700원이 내렸다. 아침 1000원은 전남대가 지난해 4월 먼저 시작한 것이다. 식비 부담으로 아침을 거르는 학생을 배려해서다. 서울대는 한발짝 더 나아갔다. 올해 신학기 재학생에게 1700원인 저녁밥도 1000원에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연간 예상되는 5억∼6억원 적자는 학교발전기금 등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네티즌들은 “반값등록금보다 더 와 닿는다”고 호응했다. 다른 대학도, 거창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도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기 바란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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