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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명의 빌려 변호사 행세… 수임경쟁 틈타 브로커 기승

입력 : 2016-02-23 19:06:40 수정 : 2016-02-24 01: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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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뒤늦게 단속 착수… 실효 거둘지는 미지수 … 3년새 31억 챙기기도 / 서초동에만 수십명 조직적 활동… 1명이 회생·파산 2020건 처리도
변호사나 법무사 등과 짜고 사건을 수임받아 처리하는 법조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민·형사사건 브로커만 1500명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서울 서초동에만 수십명의 브로커가 활동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변호사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사건을 처리하고 돈을 챙기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단속에 나섰지만 이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23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모(52)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변호사 사무장인 이씨는 변호사들의 명의를 대여받은 뒤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2020건의 개인회생 사건과 파산사건을 처리하고 수임료 등 명목으로 총 3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별도 사건에 대한 재판 진행 중 이씨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도 법조브로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검찰은 변호사·법무사 행세를 하면서 482억원을 챙긴 법조브로커 76명을 적발해 28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구속기소했다. 또 이들에게 자격증을 빌려주고 대여료 명목으로 총 42억원을 받은 변호사 57명과 법무사 12명도 사법처리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외에는 대가를 주고받으며 사건에 관해 감정, 대리, 중재, 화해, 청탁, 법률상담이나 법률 관계 문서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 수 급증으로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법조비리 사범도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적발된 법조브로커 등 법조 부조리 사범은 총 2537명(구속 228명)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1200~1400명선을 유지했던 법조 부조리 사범은 2010년 이후 매년 2300~2600명이 적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적발인원 중 80% 이상이 이씨와 같은 법조브로커였다. 2004년 1055명이 검거된 민·형사사건 브로커는 지난해 1520명이다. 법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법률시장의 생존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로스쿨 출신을 포함해 4년 새 60% 증가한 2만200명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서울변호사들의 1인당 수임 건수는 2011년 2.8건에서 2014년 1.9건으로 확 줄었다. 변호사는 사건 수임에 목을 걸고 사건을 물어오는 법조브로커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초동의 한 소형 로펌 대표는 “서초동에만 수십명의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수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변호사들도 결국 사건 브로커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브로커 범죄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최근 법조브로커 등 전문분야 비리 척결과 국가재정 손실 및 공공부문 비리 근절 방침을 밝혔다. 특히 법조브로커 근절을 위해 ‘변호사 중개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변호사 중개제는 정부나 대한변호사협회 허가를 받은 기관만 형사사건 의뢰인에게 변호사를 소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브로커가 형사사건 당사자에게 접근해 변호사를 연결해주고 불법 수수료를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검찰 관계자는 “법조브로커 등 법질서 교란 사범을 철저히 수사해 엄단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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