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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로지 관광객만을 위한 '풍요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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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9 10:00:00 수정 : 2016-02-18 20: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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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 세 자매의 께딸, 쿠바!] <20> '카요 코코'에서의 짧은 휴가 아침 일찍 모론(Moron)을 출발해서 ‘카요 코코(Cayo coco)’로 향했다. 한 시간 남짓 거리지만, 시간적인 거리보다는 심리적인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있다. 그곳에서는 외국인 여권과 현지인 통행증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검사는 여권 번호와 이름 등 간단한 정보를 수기로 적는 것에 불과하지만, 현지인은 철저하게 검사했다.

현지인 검사가 끝나면 다시 차에 올라타서 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쿠바에 있는 섬이지만, 정작 쿠바사람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모순된 점은 그곳을 출입하면서 알게 됐다. 그래서 바라코아에서 모론까지 타고 왔던 택시는 카요 코코에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 허가받은 택시는 한 달에 상당한 돈을 내야 했다. 그래서 개인이 할 수는 없고, 회사 소속 택시만 이곳을 출입할 수 있다.

카요 코코는 작은 섬으로 리조트만 있고, 쿠바인이 살지는 않는다. 리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관광객만을 위한 섬일 뿐이다. 여행에서 별로 내키지 않지만, 쿠바 여행에서 지친 몸이 쉬기엔 리조트가 좋은 선택이긴 하다.

마냥 모든 것을 기분 좋게 만드는 섬은 아니다. 관문 통과 후 섬을 향하는 길은 다리가 아니라 육로다. 흙을 퍼와서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길 또한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그 길을 위해서 흙을 날라야 했던 노동자 모습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모순이 더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바다에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정적인 리조트다.

‘카요’라는 말은 작은 섬을 의미한다. 그래서 중남미 섬나라에서는 본토 섬보다 작은 섬들 이름 앞에 ‘카요’라는 말이 붙는다. 그렇다면, ‘코코’는 무슨 뜻인지, 왜 코코라는 이름인지 궁금해졌다. 우리 추측으로는 야자나무, 코코넛을 코코라고 부르기도 하니까, 야자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것 아닌가 했다.

쿠바 사람이 말해주길, 코코라는 새가 이 섬에 많다고 했다. 그 새 이름을 따서 카요 코코라고 지었단다. 코코라는 새는 하얀색이고, 이 섬이 코코 서식지였다. 쿠바 사람들은 이 섬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흔한 펠리컨이 더 많아 보였다. 그러면 코코새는 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에 떠밀려 또 다른 카요를 찾아서 떠났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길게 뻗은 도로를 지나 섬에 도착했다. 섬에는 사람 사는 흔적이 없었다. 단지 리조트 표지판만 있을 뿐이다. 보통은 섬에 있는 작은 공항에서 바로 리조트로 향하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처럼 택시로 리조트를 들어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리조트에 도착해서 짐을 로비에 옮겨 놓고 체크인했다.
 
체크인할 때 중요한 점은 좋은 방으로 유도하는 기술이다. 영어도 완벽하게 하는 사람들이 예약받고 안내해주지만, 이 사람들 또한 쿠바사람들이다. 그래서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면 훨씬 더 반가워한다. 일하고 있는 사람을 칭찬하면서 우리 이야기까지 더해가며 시간을 끈다. 좋은 방을 찾을 시간을 주는 것이다.

충분히 남아 있는 방 중에서 좋은 방을 찾으면 우리가 예약한 방보다 좋은 방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체크인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방에 갈 수는 없고, 리조트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종이띠를 손목에 붙여준다. 짐은 어디에 두고 가도 도난 위험은 없다면서 로비에 두고 식당에 가서 먼저 밥을 먹으라고 했다. 그 말이 신뢰가 가는 건 누가 봐도 우리 짐은 가져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쿠바 리조트는 지불한 금액에 모든 이용 금액이 포함돼 있다. 추가 요금은 거의 없다. 식사와 술, 그리고 레포츠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 요금이다. 뷔페식당과 예약할 수 있는 식당이 있는데 모두 제한이 없다. 등급이 있어서 이용할 수 있는 식당에 제한을 두는 곳도 있지만, 이곳은 모두 같은 색깔 종이띠를 두르고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

쿠바에서 물자가 제일 먼저 들어가는 곳이 호텔과 리조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는 풍요롭다. 물 하나도 구하기 힘들어서 소중히 마셨었는데, 이곳에서는 물자가 넘쳐나고 있었다. 이곳은 전혀 쿠바가 아닌 다른 섬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쿠바의 이면이란 생각도 든다. 이것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다른 면일 수도 있다.

쿠바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즐겨본다면, 카리브해의 그 어떤 섬보다 뛰어난 곳이다. 매일 다른 공연으로 풍부한 볼거리가 있고, 해양 스포츠로는 스쿠버다이빙, 카약, 윈드서핑 등 다양한 놀거리가 있다. 먹거리는 신선한 해산물과 스테이크, 여러 가지 쿠바 요리까지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출입할 수 없는 리조트라서 그런지 중년 이상 부부가 많아 조용했다. 바닷가에도 수영장에도 사람들이 일광욕만 즐길 뿐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 세 자매만 신나서 물에 뛰어들고 놀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방은 물 위에 지어진 단독 집으로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

다음 날 낮에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이젤이 몇 개 세워져 있었다. 그것은 미술을 전공한 내게 지나칠 수 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세 자매와 할아버지 할머니 몇 분이 앉았다. 조용한 바닷가 풍경이지만, 각자 개성이 넘치는 그림을 그렸다. 내 옆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바닷가를 점점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결국엔 ‘디아블로’라고 인정했다. 작은언니는 바닷가에서 돌고래를 잡는 고발성 시사를 표현했다.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기 시작해서 미술 전시장이 돼버렸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도 하고, 모든 식당을 들르며 짧은 휴가를 보냈다. 쿠바여행 중 즐길 수 있는 꿈같은 휴가 며칠을 보낸 후 다시 쿠바 섬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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