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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막막한 삶 건너는… 현대인들의 위태로운 몸짓

입력 : 2016-02-18 19:42:33 수정 : 2016-02-18 19: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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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 세 번째 소설집 ‘그의 세컨드라이프’
윤효(51·사진)의 세 번째 소설집 ‘그의 세컨드라이프’(자음과모음)는 쓸쓸하고 막막한 삶을 건너가는 이들의 불안한 몸짓들로 자욱하다. 이들에게 가족 혹은 집이라는 언덕이 튼실하다면 그나마 버틸 만할 터인데 그마저 흔들리고 늘 위태로우니 문제다.

표제작 ‘그의 세컨드라이프’의 남자는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결혼을 사이버 결혼을 통해 해소하려고 한다. 현실의 아내는 자신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속 깊은 고민까지도 남편은 사이버 공간의 아내에게 먼저 털어놓는다. 사이버 아내를 현실에서 만나 껴안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지만 애초 사이버 결혼을 할 때 그는 현실에서 만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는데 “현실을 견뎌내기 위해 만든 환상이 현실을 위협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암에 걸린 것 같다는 걱정에 휩싸인 그는 그 사실을 현실의 아내보다 사이버 아내에게 먼저 털어놓으며 쓸쓸한 대리 만족에 이른다. 그는 사이버 아내에게 외친다. “아아, 나는 아프지 않다. 나는, 이곳에서 살 것이다.”

‘북유럽풍의 푸른 꽃무늬 접시’의 아내는 불임으로 고통받는 캐릭터다. 상실감을 북유럽풍 인테리어로 메우는 그네는 일에 빠져들지만 헛헛한 가슴마저 채울 수는 없다. 오래전 어린 딸과 남편을 떠나 두 살 연하의 남자와 재혼한 엄마의 부음도 쓸쓸함을 부추긴다. 결핍된 성장기를 지나온 그네에게 변하지 않는 견고한 행복의 이미지인 ‘북유럽풍 꽃무늬’란 기실 허전한 상징일 뿐이다. 종국에 집을 나가는 인물은 어머니 같기도 하고 남편 같기도 하며, 돌아보니 그 자신 같기도 하다.

‘당신은 이곳에 살지 않는다’는 비록 구성원들이 서로 불화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조건이 제대로 집을 건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외적인 환경을 내밀하게 직조한 작품이다. 반지하에서 살다가 전나무숲이 보이는 교외 아파트에 월세로 이사온 가족. 아내는 아이가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해지자 그 집에 무한한 애정을 느끼면서 애착을 보이지만 월세를 독촉하는 집주인의 극성에 고통받는다. 교회에 나가기 시작해 받아온 십자가는 세를 독촉하는 집주인이 악착을 떨고 간 뒤 상징적으로 바닥에 떨어진다.

이밖에도 ‘눈에 어둠이 익을 때’ ‘아리의 케이크’ ‘숨을 멈춰봐’ ‘우리가 강을 건넜을까’ 등이 이번 소설집에 진설된 메뉴다. 윤효는 ‘작가의 말’에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삶을 살면서도 소설을 아주 잊어버릴까 봐 두렵기도 했다”면서 “돌아가는 길은 남겨놓았구나 싶어 안도하면서도 어김없이 부끄러워진다”고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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