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초 멈춰선 전광판… 오리온 “재경기 요청”

16일 KCC와 경기서 시계 멈춰
1초 남기고 극적 역전패 당해
KBL “심판·감독관 징계조치
규정상 재경기는 할 수 없다”

16일 열린 KCC와 오리온의 경기에서 3쿼터 종료 3분56초를 남기고 KCC의 공격이 이뤄진 24초 동안 전광판 시간이 멈춰 논란이 일고 있다. 3쿼터에서 10분24초 동안 경기를 한 것이다. 더구나 이날 경기는 2점차 박빙의 승부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농구경기는 1초 사이에 얼마든지 승패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농구연맹(KBL)은 계시기 오류와 관련해 “재경기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BL 관계자는 17일 “상당히 곤혹스럽고, 팬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재경기는 어렵다. 규정을 보면 재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광판 경기시간이 멈춰 논란이 되고 있는 16일 KCC와 오리온 경기 3쿼터 장면. 화면 왼쪽 상단에 보이는 공격제한 시간(노란선)은 13초에서 1초 남은 것으로 바뀌었지만 3쿼터 남은 시간은 3분56초에서 멈춰 있다.
SBS 스포츠 캡처

이날 경기는 정규리그 우승팀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KCC는 4쿼터 종료 1초를 남기고 전태풍의 3점슛이 터져 극적인 73-71 역전승을 거둬 공동 선두를 지켰다. 만일 24초를 빼면 69-69로 비긴 상태다. 또 이날 경기는 플레이오프 4강 직행을 결정지었기 때문에 논란이 더 크다. KCC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오리온은 3위가 결정되면서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 좌절됐다.

2002~03시즌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과 원주 TG(현 원주 동부)가 맞붙은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4쿼터 도중에 15초가 흐르지 않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 적이 있다. TG가 3차 연장 끝에 이 경기에서 승리했고, 6차전에서도 승리하며 우승을 가져갔다.

KBL은 “오류가 발생한 시점에서 정정을 했어야 했다. 현장에서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KBL 규정에 따르면 경기 중 심판의 결정 또는 어떤 사건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팀은 경기 종료 직후 주장이 주심에게 이의를 제기하도록 돼 있다.

KBL은 이날 경기 시간을 잘못 계측한 책임을 물어 주심에게 300만원, 부심 2명에게 각 200만원과 100만원 제재금 징계를 결정했다. 또 이날 경기의 감독관과 계시원에게는 각 1년간 자격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한편 오리온의 이형진 부단장은 “우리도 흐르지 않은 24초 동안 KCC와 경기 시간을 공유했기 때문에 승패 결과를 문제 삼지 않겠다. 그러나 경기 시간 40분이라는 대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에 정식 절차를 밟아 KBL에 재경기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