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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가족의 자살…유족들 평생 짐 안고 살아간다

입력 : 2016-02-11 05:00:00 수정 : 2016-02-11 14: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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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자살 사망자들은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경고신호를 보내지만, 지인의 81%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자살 징후를 인지하지 못할 만큼 무지했거나 무관심했다는 뜻인데요. 자살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바로 '관심'입니다. 거의 모든 자살은 사전에 일정 부분의 낌새를 보이는데요.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등 예사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이나 친구·이웃 등이 주의 깊게 살펴보면, 쉽게 그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데요. 결국 주변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이 자살을 불러 일으켰다는 있다는 지적입니다.

#. 지난해 한 유명 대기업에서 상무로 승진한 직장인 김모(54)씨는 사망 2개월 전부터 식사량이 급격히 줄어 체중도 급감했다. 대형병원을 찾아가 건강검진도 받았지만,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의사의 소견이 전부였다. 김씨는 무력감이 더 심해졌고, 사망 15일 전부터는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했다. 아내 박모(41)씨에게 “회사에 출근하기 싫다”고 말하던 김씨는 결국 회사 옥상에서 몸을 내던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자살로 사망하는 이들은 사망 전 언어·행동 등으로 자살 경고신호를 보내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이런 경고신호를 인지하지 못했다. 가족의 언어·행동·정서 변화를 유심히 관찰, 징후를 알아차렸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여보, 내가 먼저 갈테니 애들이랑 잘 지내야 해"

최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자살자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대상자인 자살 사망자 121명의 유가족 면담을 실시한 결과 93.4%가 이 같은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유가족의 81.0%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언어적 경고신호로는 가장 흔한 것으로 죽음이나 자살에 관해 직접 언급하는 방식이다. "내가 먼저 갈 테니 잘 지내", "총이 있으면 편하게 죽겠다"고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편지나 일기장 등에 죽음과 관련한 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

사후 세계를 동경하거나 자살한 사람 등 주변의 고인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도 징후 중 하나다. "허리가 아프다" 등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해도 자살 신호가 아닌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행동 중에서는 수면 상태가 바뀌거나 식욕과 체중이 변화하는 경우에도 자살 신호가 될 수 있다. 주변을 정리하거나 평소와 달리 가족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해도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사후 세계 동경, 주변 고인 언급 등도 자살 징후로 봐야

농약이나 번개탄을 사는 등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 외에도 △급격한 음주나 흡연 등 물질을 남용 △외모에 과하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 △죽음과 관련한 예술작품에 과하게 몰입하는 행동도 자살 시도가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만 지내거나 갑작스럽게 우는 경우, 집중력이 저하되어 업무처리에 실수가 많아지는 등 인지기능에 변화가 있을 때도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자를 △우울증 미치료군 △문제음주군 △정신건강-경제문제 동반군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우울증 미치료군은 유족들이 자살자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 중 자살 시도·사망자가 있거나 스스로 기분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사망 직전까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다.

◆돈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 우울증 경험…4050대 남성들 무력감 '高高'

문제음주군에는 스스로 음주 문제를 가진 경우 외 부모로부터 음주로 인한 폭력에 노출됐던 경험을 가진 케이스도 포함된다. 고인이나 가족들이 음주가 치료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간과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신건강과 경제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집단에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사각지대인 중·장년 남성들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문제와 연관된 생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경험해 중년의 위기를 겪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다.

이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한 10명중 9명 가량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

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자살 사망자 121명의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88.4%가 정신건강에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안타까운 죽음,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어요"

사망 한달 이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한 경우는 25.1%에 그쳤다. 되레 복통 같은 신체적 불편감이나 수면 곤란 등으로 1차 의료기관 등을 방문한 경우는 25.6%로 이보다 많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동네의원이 환자를 발견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복지부가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정신질환 조기발견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지난해 연말 발표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년)'에서 내년까지 1차 의료기관의 우울증·불안감 등 주요 정신과적 문제에 대한 진단·처방을 확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연계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울증·불안감 등 정신과적 문제 진단 및 처방 확대

우울증·불안감 등에 대한 진단과 치료약 처방 등은 동네의원에서도 가능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복지부는 동네의원에 관련 교육을 하는 등 우울증에 대한 선별 검사 도구를 개발해 보급, 관련 수가를 만들어 진료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네의원에서의 진단 후에도 전문치료가 필요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이나 각 지역의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 적극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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