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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프로 1부리그 진출에 기여한 길버트… 영국 유일의 청각 장애인 럭비 스타로

입력 : 2016-02-03 20:11:06 수정 : 2016-02-03 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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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위해 보청기 힘 빌리지만
철저한 준비로 극복… 활약 기대
장애인이 운동을 계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려면 남다른 의지와 피나는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비장애인과의 경쟁은 꿈도 꾸지 못할 것으로 여겨진다. 같은 종목이라도 장애인 경기와 비장애인 경기가 따로 치러지는 이유다.

영국의 프로 럭비 선수 맷 길버트(30·우스터 워리어스·사진). 그는 이런 세간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은 선수다. 5살 때 청력을 잃은 그는 청각장애인으로는 유일하게 영국에서 프로 선수로 뛰고 있다. 지난 시즌 소속 팀을 1부리그에 올려놓는 데 기여하는 등 올 시즌에도 활약이 예상된다.

잔디깎기 소리(100㏈)나 겨우 들을 수 있는 길버트가 가장 거친 스포츠 중 하나인 럭비 경기를 무리 없이 소화하게 된 데는 특별한 ‘펜’의 도움이 크다. 그가 뛰는 경기의 심판들은 주변 잡음을 제거해 깨끗한 음성을 전달하는 이 ‘펜 모양의 고성능 마이크’를 착용한다. 마이크를 통해 걸러진 음성은 곧바로 보호헬멧 아래 숨겨진 길버트의 보청기로 전달된다. 그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를 귀에 바짝 갖다 댄 느낌이다. 20 떨어진 곳에서도 마치 1 앞에서 듣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선천성에 가까운 청각장애를 딛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가 이런 보청기의 힘만 빌린 것은 아니다. 청각장애를 얻은 지 2년 후인 7세 때 럭비를 시작한 길버트는 숱한 경기 경험을 통해 장애인 선수로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동료와 심판들의 입술을 보기 쉬운 자리를 선정했고 더욱 철저히 경기를 준비했다.

부모님과 멘토의 힘도 컸다. 길버트의 부모는 그를 과감히 일반 학교에 보내 비장애인들과의 소통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수화는 할 줄 모르지만 선수 인생에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

럭비계에서 유명한 심판 나이절 오언스도 한때 나약해진 그의 마음을 다잡게 만들었다. 길버트는 “심판들에게 ‘청각에 문제가 있어 판정을 잘 못 들을 수 있다’고 하자 오언스는 ‘집어치워라. 프로 선수가 규칙을 모르냐’고 말했다. 이때 특별 대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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