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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안 뚫린 인천공항 해이한 안보의식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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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2 20:51:06 수정 : 2016-02-02 2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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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취약한 보안 시스템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인의 ‘냄비 근성’으로 미루어 며칠 가지 않아 잠잠해질 사건이긴 하나 국가안보에 허술한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지난달 21일 중국인 부부의 밀입국 사실이 보도됐을 때만 해도 허술한 공항 보안 시스템 얘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허무한 실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8일 후인 29일 베트남 환승객이 또다시 인천국제공항을 몰래 빠져나간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오후엔 테러위협도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 1층 남자 화장실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된 것이다. 정밀 감식 결과, 뇌관이나 폭약성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화장실에서 수거한 부탄가스통 더미에서는 아랍어로 ‘이것은 마지막 경고다. 너에게 해당하는. 알라가 벌을 내릴 것이다. 알라가…’라는 아랍어로 적힌 메모지가 발견돼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은 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허술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이 만연돼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비단 경찰의 무능함만을 탓할 게 아니다. 상술한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된 안보 불감증은 일일이 거론하는 것조차 입이 아플 것이다. 만일 인천공항 보안검색대를 힘 안 들이고 유유히 통과한 중국 부부가 세계인들을 경악게 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현재 행방이 묘연한 베트남 환승객이 대한민국 모처에서 기상천외한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송연해진다.

손자병법의 구변(九變)편에서는 용병(用兵)을 언급하면서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면 안 되고 적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방법과 힘을 길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경구는 현대 군사 개념으로는 억지(deterrence)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국가안보 차원에서 볼 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IS 대원들의 패륜적이고 야만적인 비행이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먼 나라의 일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우리의 안위를 온전하게 지켜낼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일했던 외국인 근로자 7명이 수니파 무장단체 IS에 가담한 사실이 국내 정보기관에 의해 밝혀졌다. 국민들의 무관심과 안이한 사고가 극렬 테러분자들의 추종자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정말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의 안보가 곧 나의 안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며칠 안 가 다시 무감각해져 버리는 습관을 계속 유지할 때 보이지 않는 적은 언제라도 급습할 것이다. 아울러 테러 방지를 위해 수사·정보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테러방지법이 조속히 국회 문턱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수호하는 안전판으로 기능해야 한다. 국가의 안보는 정부만의 몫이 아닌 국민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의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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