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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협상 20여년의 교훈… 핵개발 시간만 벌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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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2 21:43:41 수정 : 2016-02-02 21: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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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리포트] 전략적 오류로 북 전술 말려들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이 단기간의 불완전한 남북관계 개선보다 근본적이고 중대한 사안이라는 공감대가 정부 안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가 집권 후반부에 들어선 박근혜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했으나 정치·외교·군사적으로 치밀한 전략을 내놓지 못한 채 애초 고강도 대북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낮은 중국만 바라보고 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북한을 뺀 5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협상에 의존하는 외교적 수단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교적 협상 방식도 과거 실패한 방식에서 벗어나 합의 이행을 위한 검증과 불이행 시 제재가 전제된 협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군사적 자위력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합의→파기→새로운 핵위기’ 악순환 탈피해야”


박 대통령의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제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하지만 2008년 12월 이후 8년째 공전 중인 6자회담은 북한의 반복된 합의 파기로 효용성이 훼손된 지 오래다.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이용준 주이탈리아 대사는 “애매한 외교적 수사로 치장된 합의문 한 장을 얻어내고는 기약할 수 없는 미래의 약속에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곤 했다”며 “게임은 항상 북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0년 동안의 북핵 문제 전개과정을 복기한 저서 ‘게임의 종말:북핵 협상 20년의 허상과 진실, 그리고 그 이후’에서다.

그는 1989년 북핵 문제가 부상한 이래 1994년 제네바합의를 시작으로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및 10·3 합의가 이뤄졌으나 어떤 합의도 가장 중요한 핵폐기 단계 근처에는 얼씬도 못한 점을 지적했다. 핵동결 조치의 문전만 건드린 합의로 핵동결 기간에도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위한 고폭실험 실시, 영변 핵시설을 대체할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추진, 핵무기 운반체계 확보를 위한 장거리 미사일 제조 등 ‘동결되지 않은 활동’을 부지런히 했다는 얘기다. 이 대사는 “인식과 전략의 오류는 지난 20년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러한 자성에는 그간의 잘못된 협상이 북한에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과 좌절감이 깔려 있다. 핵시설 동결→핵시설 불능화→핵프로그램 신고 및 검증→핵폐기 과정을 단계적으로 분리한 북한의 협상 전술에 말려들어 합의 파기로 새로운 북핵 위기 상황이 조성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합의 이행과 검증에 초점을 맞춰 불이행하면 이행을 강제할 정도의 불이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달 27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구체적 내용에선 이견을 보였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핵 저지 위해 총력 기울여야”


정부가 그간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외면한 채 안이한 대응을 해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외교·정치적으로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비핵화는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직 고위 통일부 관료는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그간 북핵을 우리 문제가 아닌 남의 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한 게 사실”이라며 “북한의 핵보유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핵실험 동향까지 놓친 것은 변명할 여지 없는 ‘정보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3차 핵실험 이후 확고한 국제공조 체제에 바탕한 해법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뒤늦게 고강도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며 중국만 쳐다보는 것은 정부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와 달리 외교적 협상 노력과 별개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가 뒷받침돼야 할 때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고위 외교안보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북핵에 대응하려면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실천해야 한다”며 “군사적 억제수단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에도 확실한 핵우산 제공을 요구하고 고도화한 북핵 위협이 실질적으로 다가온 만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검토 과정에서 중국 눈치를 살필 게 아니라 군사적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외교적 사안이 아님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3차 핵실험 이후 이명박정부는 즉각적인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가입을 발표했다”며 “사드는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따져볼 사안이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염려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할 외교적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가 분명히 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은 사전에 차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자든 6자든 다자주의 접근을 통한 외교적 압박은 북한에 실질적 압박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협상만으로는 이제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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