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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뚫려도 속수무책… ‘인천공항 보안’ 총체적 부실

입력 : 2016-01-31 18:58:22 수정 : 2016-01-31 22: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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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세계 1등 공항’ 위상 무색… 개선책 절실 대한민국의 ‘제1관문’으로 ‘세계 서비스 1등 공항‘으로 불린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극도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총체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새해 벽두인 지난 21일과 29일 각각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이 밀입국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공항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돼 공항 보안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보안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은 인천국제공항과 입주기관들의 안일한 보안의식과 허술한 경비근무, 잦은 공항공사 사장 교체 등이 빚은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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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새벽 일본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중국으로 가던 중국인 부부가 환승 대기 중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을 통해 밀입국한 사건은 인천공항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이들이 출국장으로 진입한 첫 관문은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이었다. 오전 1시가 넘어 출국장 운영이 종료됐으나 중국인 부부가 다가서자 문은 저절로 열렸다. 이 문 안쪽에 휴게실이 있는데, 새벽 공항 근무자들이 출입할 때마다 출입증을 인식시켜야 하는 불편함이 없도록 출입문을 잠가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인 부부는 이어 보안구역과 일반구역을 차단한 최종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해체하고 빠져나갔다. 이들이 출국장에 들어와 버젓이 밀입국을 시도한 시간은 14분이나 됐지만 이곳에서 근무한 보안경비요원은 범행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검문검색 강화 31일 경찰특공대원들이 폭발물 탐지견을 대동하고 중무장한 채 의심물체가 발견된 인천국제공항 1층 화장실 앞을 지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인 밀입국 사건과 폭발물 의심물체 발견이 잇따르자 보안·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인천=연합뉴스
지난 29일 공항 보안구역을 뚫고 나간 20대 베트남인 사건도 공항 보안시스템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베트남인은 2층 입국장에서 운영이 종료된 입국 심사장의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고 빠져나갔다. 출입 통제용 스크린도어가 사람의 힘으로 열린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출국심사장 출입문에 적외선 감지시스템이나 중앙에 연결된 화재경보나 도난경보 장치 등이 설치되지 않은 채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운영 종료 시 보안경비 근무자를 배치하지 않았다.

법무부가 베트남인의 잠적사실을 통보받고 그의 밀입국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8시간이었다. 법무부는 공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아 동선 추적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낡은 시설보다 인력으로 해야 하는 보안감시가 소홀한 점이 더욱 큰 문제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현재 인천공항을 비롯해 김포, 김해, 제주, 청주공항과 인천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에 설치한 106대 ‘자동출입국 심사대’에 대한 철저한 시설 점검부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공항의 허술한 보안시스템과 관련해 경비·보안 업무를 민간 보안업체에 용역을 맡긴 것도 문제다. 현재 공항 여객터미널의 면세구역과 검색장 등 보안지대의 경비와 보안은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민간업체 3곳이 나눠 맡고 있다. 문제는 보안경비 요원으로 근무하는 이들 대부분이 계약직으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어 사명감과 보안의식이 낮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낙하산 인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2013년 6월 정창수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을 사장에 임명했으나 정 사장은 취임 9개월 만인 이듬해 3월 강원도지사에 출마한다며 사퇴했다. 10개월간의 사장 공석에 이어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박 전 사장 역시 임기 3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지난해 말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잇따른 비전문가 사장의 선임에다 그마저 잇따른 중도하차로 직원들의 근무기강도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 29일 오후 4시쯤 인천공항 C 입국장 옆 남자 화장실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돼 경찰이 용의자를 쫓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 50여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폭발물 의심 물체를 설치한 용의자를 쫓고 있다. 경찰은 또 베트남인의 도주 경로를 추적하고 있지만 공항을 빠져나간 이후의 동선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밀입국 브로커 등 조력자가 차량을 지원해 도주를 돕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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