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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포츠+] 유니폼 10번의 컴퓨터 슈터 김현준, 애통함으로 더욱 잊을 수 없어

입력 : 2016-01-30 09:00:00 수정 : 2016-02-01 07: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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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포츠+]

◇전설의 유니폼 넘버, 10번의 주인공…⑥'컴퓨터 슈터' 김현준 

김현준(1960년 6월 3일 ~ 1999년 10월 2일)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농구계를 풍미한 슈터이다.

프로필에는 182cm의 나와 있지만 실제 180cm 가량 되는 김현준은 타고난 감각과 부단한 노력으로 당대 최고의 득점기계가 됐다.

김현준이 전설로 남은 것은 현역시절 빼어난 기량과 함께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또 그의 동생 역시 한창 일할 나이에 순직,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등 '김현준' 이름은 이런 저런 의미로 더욱 깊히 각인됐다. 

농구팀이 없어 서울면목초등학교 5학년때 서울금성초로 전학가 농구공을 만진 김현준은 광신중-광신상고-연세대를 거치면서 단연 최고의 슈팅 가드로 자리매김했다.

1983년 삼성전자에 둥지를 튼 김현준은 1995년까지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 2월 이전까지 농구 최고봉은 '농구대잔치'였다. 실업과 대학팀이 모두 나와 자웅을 겨루는 대회로 김현준은 농구대잔치 통산 6328득점으로 1위에 올라있다.

농구대잔치는 프로출범후 사실상 퇴장했기에 김현준의 통산득점은 영원히 깨어지지 않는 대기록으로 남게 됐다.

▲'컴퓨터 슈터'와 '뱅크 슛'

김현준의 별명은 컴퓨터 슈터이다. 소속팀 삼성전자와 관련성이 있기도 하지만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컴퓨터처럼 슛을 던지면 영락없이 골이라는 찬사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현준은 뱅크슛으로도 유명하다.

뱅크슛은 볼을 백보드에 맞춰 골망으로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마치 저금통에 동전을 집어넣듯, 어김없이 들어간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많은 선수가 직접 농구골망을 겨냥해 슛을 하지만 김현준은 "키가 작은 내가 상대 수비를 피해 슛하기에는 백보드를 맞추는 편이 훨씬 편하고 뱅크슛은 컨디션과 관계없이 확률이 높다"라는 지론에 따라 뱅크슛을 사용했다.

사실 뱅크 슛도 목표점과 속도, 슈팅 각도가 맞아떨어져야 백보드에 맞은 뒤 골망안으로 들어갈수 있다. 감각과 연습을 통해 다질 수 밖에 없다.

▲ 후배지도 위해 출근길에 39살의 나이로 그만

은퇴후 잠시 미국 UCLA대학으로 농구유학을 떠났던 김현준은 1996년부터 삼성전자 코치로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프로출범 뒤 후배들을 지도하던 김현준은 1999년 10월 2일 오전 10시 택시를 타고 당시 용인 수지에 있는 삼성체육관으로 가던 중 정자역 부근 도시고속화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온 승용차와 정면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 사망 한 달뒤 한국농구 사상 첫 영구결번

충격에 빠진 삼성농구단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한달이 지난 1999년 11월 1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신세기와의 99~00프로농구 개막전 때 그의 등번호 10번에 대해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한국농구, 한국프로농구 사상 첫번째 영구결번이었다.

당시 삼성은 3쿼터까지 59-65로 신세기에 뒤져있었으나 "김현준을 생각하라"는 벤치와 팬, 스스로의 독려로 84-82 역전승을 거두는 것으로 떠난 선배와 천재를 기렸다.

▲ 13년 뒤 친동생마저 순직

김현준이 세상을 떠난 지 13년이 채 못됐을 무렵인 2012년 6월 6일(현지시간) 페루 수력발전 사업을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현지를 둘러보던 친동생 김효준 삼성물산 부장(당시 48세)이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

김현준이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 김효준 부장은 형이 떠난지 집안을 도맡았다.

김 부장은 형을  추모하기 위해 삼성 농구단이 유망주를 발굴, 후원하는 ‘김현준 농구장학금 전달식’에도 해마다 참석해 직접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형제가 회사일을 보던 중, 그것도 삼성이라는 이름아래 순직한 것이라 팬들도, 회사측도 애통함이 더했다.

그래서 그의 10번을 더욱 잊을 수 없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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