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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포츠 뒷담화] 게으른 천재는 약도 없어, 축구유망주의 몰락

입력 : 2016-01-30 08:00:00 수정 : 2016-01-30 10: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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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포츠 뒷담화]

◇ 천재는 타고 난다, 하지만…②게으른 천재는 약도 없어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렇게 고백한다. "타고난 천재는 분명 있다. 정말 따라 잡을 수 없었다"고.

천재들은 연습량이 적었음에도 남들보다 더 빼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고교시절 야구선수를 지낸 A씨는 "죽어라고 밤늦게까지 스윙 연습을 했다. 하지만 타고난 능력자를 결코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미련없이 야구를 접고 다른 길을 찾았다"고 했다.

이처럼 타고난 천재는 어느 곳에서나 있다.

동네 야구팀에서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있다. 그들 중 가장 잘하는 이가 천재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타고난 천재 중 가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라져간 이들이 부지기수이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상당수가 노력을 하지 않은, 게으른 천재였기 때문이다.

▲게으른 천재였던 축구대표선수 B, 그 쓸쓸한 몰락

1990년대 초반 B라는 축구선수가 있었다. 발재간이 특출났고 경기 감각도 빼어났다.

축구 명문고등학교도 명문대도 못나왔으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하지만 끝내 올림픽에 가지 못하고 얼마뒤 축구계에서도 잊혀진 존재가 됐다. 

올림픽축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독일출신 지도자 크라머는 B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게으른 선수가 있나, 저러면 오래 못 가는데"라며 한탄했다.

B는 자기가 찬 볼을 결코 주워오지 않았다. 코치가 시키면 마지못해 뛰어가는 척했다.

축구선수가 슈팅 훈련 뒤 골대를 벗어난 볼을 뛰어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훈련차원도 있다. 뛰어가는 것으로 지구력, 순발력도 키우고,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라는 의도가 들어 있다.

B는 자기가 찬 볼도 주워오지 않으니 혼자 있을 때 연습할리 만무했다.

물론 B도 축구를 좋아해 시작했고 밤늦게까지 볼을 갖고 놀았다. 

초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에서도 적당히 볼을 차도 주목받았다. 남들보다 몇년 앞선 기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교를 지나 프로에 올라가면 사정이 다르다.

프로무대까지 온 선수들은 수준급의 체력과 개인기, 경기감각, 운영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반복훈련을 통해 어릴 적 B보다 부족했던 동물적 감각까지 어느 선까지 끌어 올렸다.

또 프로에 진출할 정도의 선수라면 어릴 적에 한번 이상 "타고난 천재"라는 칭찬을 받았던 이들이다. 타고남의 정도가 B보다 약간 부족했을 뿐이다.

이런 이들이 수 만시간 연습을 공을 들였으니 가만히 있는 게으른 B를 따라잡을 수밖에.

이후 B는 프로팀에서도 방출됐고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아는이가 없다.

게으름은 천재도, 평범한 사람도, 둔재도 모두 망쳐 버리는 묘약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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