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나라고 해요. 올해 아홉 살이에요. 저의 가장 친한 친구 아미라를 도와주실 수 있는지 궁금해요. 아미라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자폐증 등을 앓고 있어요….”
영국 BBC에 최근 도착한 어느 소녀의 편지 서두다.
잉글랜드 월센드에 사는 한나는 아미라를 위한 특별공간을 만들어달라고 BBC에 이 같은 편지를 보냈다. BBC 1채널에서는 ‘DIY SOS’라는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닉 놀즈(Nick Knowles)가 진행하는 이 프로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이들을 위해 건축 전문가들이 나서 소중한 공간을 마련해준다.

한나가 원한 것은 ‘감각활동 놀이방’이다. 물놀이, 모래놀이 그리고 찰흙놀이 등으로 아이들의 감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장치다. 그는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고, 학교에 갈 수 없는 아미라가 스스로 마음의 장애물을 뛰어넘기를 바란다.
아미라를 위한 '감각활동 놀이방'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만파운드(약 1700만원)로 알려졌다.
한나는 “제게 돈이 있었다면 아미라를 위해 직접 특별공간을 만들어줬을 거에요”라며 “할아버지와 자주 보는 방송프로그램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BBC 사람들은 다른 이들 돕는 것을 좋아해요”라며 “아미라를 위한 제 편지에 답해주실 거라 믿어요”라고 덧붙였다.
한나와 아미라의 우정에 두 사람의 엄마는 모두 감동했다.
아미라의 엄마 비벌리 윌리엄스는 “아이들 우정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강하다”며 “한나는 접착제라도 바른 듯 아미라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딸을 위한 편지를 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며 “정말 훌륭한 아이”라고 칭찬했다.
한나의 엄마 리사는 “딸이 편지를 보여줬을 때 심장이 녹는 것 같았다”며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한나와 아미라의 우정을 칭찬했다. 많은 이들은 “친절하고 사심없는 배려심”이라며 “글로 보기만 해도 절로 가슴이 훈훈해진다”고 반응을 보였다.
이제 선택은 영국 BBC의 몫으로 남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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