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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 도킨스는 성서를 몰래 읽는다

입력 : 2016-01-22 19:08:49 수정 : 2016-01-23 01: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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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서평 작가 인터뷰 추려
유명인사 55인 독서·별난 취미 소개
패멀라 폴 지음/정혜윤 옮김/문학동네/2만원
작가의 책-작가 55인의 은밀한 독서 편력/패멀라 폴 지음/정혜윤 옮김/문학동네/2만원


‘뉴욕타임스 북 리뷰’는 뉴욕타임스가 매주 일요일 발행하는 서평 섹션이다. 매주 전 세계에서 도착하는 1000∼1500권 가운데 20∼30권 정도만 지면에 소개된다. 이 섹션에 ‘By the Book’이라는 고정란이 있는데, 2012년 4월부터 매주 작가 한 명을 인터뷰해 싣고 있다. 이 코너에 소개된 사람들 가운데 주목을 끌었던 작가 55명을 추려 묶은 것이 이 책이다. 소개된 작가는 대부분 소설가이지만 과학자, 배우, 뮤지션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이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인터뷰한 내용에는 최근 각 분야 지식의 동향은 물론 그들만의 은밀한 스타일도 소개된다. 저자는 이 서평 섹션의 편집장으로 현재 활동 중이다.

저자는 전 세계 유명작가들에게 e메일로 공통 질문을 보낸 뒤 답변을 받아 이 코너를 꾸미고 있다. 질문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인가?’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책은?’ ‘대통령에게 권하고픈 책은?’ ‘끌리는 이야기 유형이 있다면?’ ‘자기계발서도 읽는지?’ ‘만나보고 싶은 작가는?’ 등이다.
지난 4년 동안 뉴욕타임스 인터뷰 기사와 함께 게재된 유명 작가들의 일러스트. 왼쪽부터 댄 브라운, 알랭 드 보통, 이언 매큐언, 이사벨 아옌데, 조이스 캐럴 오츠.
문학동네 제공

사람에 따라 특정 취향을 묻는 질문도 던진다. 이를테면 인간 관계와 사랑에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는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47)에게는 최고의 러브스토리라 생각되는 책을 물었다. 보통은 ‘사랑의 단상’을 읽지 않았다면 첫 작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저자 롤랑 바르트에게 경의를 표했다.

떠오르는 젊은 작가 맬컴 글래드웰(53· Malcolm Gladwell)은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을 추켜세운다. 이 ‘세계에 대한 시각의 기본’을 마련해 주었고 저술가로 인생을 살도록 했다고 고백한다.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52)에게는 좋은 스릴러의 요건을 물었다. 그는 “이야기의 핵심을 자극하는 윤리적인 논쟁이나 도덕적 딜레마의 포함”을 거론한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고드는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는 자신의 모든 작품에 ‘한 방울의 유머’를 몰래 심어놓으려고 노력한다며 창작 노하우를 전한다. 미국의 젊은 소설가 제프리 유제니디스(55)는 ‘앨리스 먼로’의 단편을 읽을 때마다 “인생을 다 살아버린 것 같은 느낌에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 죽고 싶었다”고 했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를 써서 종교 교리의 허구성을 비판해온 리처드 도킨스(65)는 오직 순수한 문학적 즐거움을 위해 기독교 성서를 즐겨 읽는다고 고백한다. 신은 없다고 믿는 도킨스의 성서 독서는 놀랍다. 성서에서 영감을 받아 책을 쓴다니 믿겨지지 않는 얘기다.

작가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 결국 책을 쓰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미국 유머 작가 데이비드 세다리스(59)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읽으며 감동으로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앤 라모트는 샐린저의 ‘아홉 가지 이야기’를 읽고 영혼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했고, 이사벨 아옌데는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고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가가 되었다고 전한다.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픈 작가로는 너도나도 셰익스피어를 꼽았다. 시인 이언 매큐언은 ‘햄릿’에서 “인간 묘사에 대한 일종의 도약이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인간의 내적 삶이 우리의 숙고 대상이 되었다”고 평한다.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작가도 역시 셰익스피어였다. 대통령에게 권하고픈 책에 대해 이언 매큐언은 공화당 경쟁자의 마음도 녹일 수 있는 사랑에 관한 시를 권했다.

존 그리셤은 “그(대통령)도 재미와 여유를 찾을 권리가 있다”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권했다. 대통령에게 권하고픈 책에선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현실에 대한 분노가 표출됐다.

작가들은 고상한 것만 읽는 것은 아니다. 출세에 안달하는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타블로이드 신문을 통해 유명 인사들의 아기들 이름까지 줄줄이 꿰고,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남몰래 ‘해리 포터’ 오디오북을 듣는다. 어떤 이는 연애소설을 꼼꼼이 챙긴다. 별난 질문을 대하는 별난 작가들은 재치있는 답변으로 응수한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순진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유명 작가들의 독서 편력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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