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스만은 지난해 10월부터 숀 펜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 틈틈이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러다 지난 주 초 펜은 직접 멕시코 산꼭대기에 있는 구스만의 은신처를 찾아 나섰다.
이 과정은 영화 속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펜은 멕시코 경찰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경비행기를 이용해야 했다. 펜은 당시 100명 이상의 대원들이 구스만의 은신처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구스만은 펜과의 저녁 식사에 실크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했다.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틸로도 동석했다.
펜은 식사시간을 포함해 총 7시간가량 구스만과의 인터뷰에 성공했다. 해당 인터뷰는 9일 오후 롤링스톤스지 온라인 기사로 실릴 예정이었지만, 구스만은 자신의 기사를 보지 못한 채 하루 전 경찰에 체포됐다.
펜은 "구스만과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회용 휴대전화, 익명의 이메일 주소 등을 사용했다. 하지만 멕시코 수사당국과 미국 마약단속국의 추적에 결국 우리 움직임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아렐리 고메스 멕시코 연방 검찰총장은 "구스만이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자전적 영화에 관심을 보였다"며 "구스만 또는 구스만의 심복과 영화 관계자 사이의 통화를 추적해 그들을 덮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자들이 그의 체포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구스만은 숀 펜과의 인터뷰에서 마약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살 부터 오렌지와 음료수 등을 팔았고 나중에 마리화나 등을 키우기 시작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무기를 소지하거나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스만은 마약조직 시날로아를 이끌며 수십억 달러 상당의 마약을 미국으로 밀반입하고 조직폭력으로 수천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 등으로 미국 정부의 수배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미국이 신병인도를 요구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 1.5km의 땅굴을 파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교도소 탈옥에 성공했다. 그러나 펜과의 인터뷰로 은신처가 발각되면서 6개월 만인 지난 8일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주 로스모치스의 한 가옥에서 멕시코 해군에 의해 생포됐다.
멕시코 수사당국은 조만간 구스만이 미국으로 압송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뉴스팀 ne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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